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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년 전 봉화 금난수의 50년간 써 내려온 일기

한문역사 2026. 5. 4. 12:09

 조선 아버지는 무엇을 했나… 금난수의 기록

'성재일기' 기록... 네 아들 공부·생활 흔적
책 빌린 날짜까지 기록... 조선 사대부가 독서 관리
금경·금업 별시 응시... 과거 준비와 가족 일정

  • 이상완 기자
  • 입력 2026.04.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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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금씨 성재종택 기탁 자료 '성재일기'.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조선 중기 문인 금난수(琴蘭秀·1530~1604)의 '성재일기(惺齋日記)'에는 네 아들의 공부와 생활이 날짜별로 적혀 있다. 금경(琴憬), 금업(琴), 금개(琴愷), 금각(琴恪)이 책을 읽고, 과거를 준비하고, 스승을 찾아 배우는 과정이 일상 속 기록으로 남았다.

'성재일기'는 조선시대 사대부 가정의 자녀 교육을 살필 수 있는 자료다. 기록에는 아버지가 자녀의 독서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책을 마련한다. 스승에게 보내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이의 배움은 집 안에서만 진행되지 않았다. 친족, 스승, 지역의 학문 관계 속에서 이어졌다.

◇책을 빌리고, 과거를 보러 떠난 아들들

1576년 1월 15일, 셋째 아들 금개는 이황의 손자 이안도에게서 '고문선(古文選)' 전질을 빌려 왔다. 책을 구하는 일도 학문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아들이 어떤 책을 빌려 왔는지가 일기에 남았다.

같은 해 8월 15일에는 첫째 금경과 둘째 금업이 별시에 응시하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두 아들은 9월 20일 집으로 돌아왔다. 과거 응시는 사대부가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일정이었다. 출발과 귀가 날짜가 기록된 점에서, 과거 준비가 가정의 주요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1577년 1월 12일에는 막내 금각이 처음으로 '논어' 대문을 읽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24일에는 둘째 금업이 봉화현에 머물며 조월천 조목에게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 내용을 물었다. 책을 읽고, 과거를 준비하고, 어른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이 날짜별로 이어진다.

◇길 위에서도 끊기지 않은 공부

1580년 9월 29일, 금난수는 막내 금각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며칠 뒤 금각이 학질을 앓았다. 10월 5일에는 용안역에 머물러야 했다. 이동 중 병을 앓은 일도 일기에 적혔다.

금각의 공부는 이후 다시 이어졌다. 10월 23일부터 '사략(史略)' 첫 권을 하루 10장씩 외우기 시작했다. 10월 29일에는 첫 권을 마치고 둘째 권으로 들어갔다. 이동과 병치레가 있었던 시기에도 독서와 암송 기록은 끊기지 않았다.

1585년 6월 4일, 금난수는 막내 금각이 읽을 '강목(綱目)'을 직접 베껴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7장 또는 10장씩 썼다. 다음 날부터 금각은 아버지가 베껴 쓴 책을 받아 읽고 외웠다. 하루 분량은 15장 또는 17장이었다.

봉화금씨 성재종택 기탁 자료 '성재일기'.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소장

 

금난수는 공무, 제사, 손님맞이 사이에서도 필사를 계속했다. 두 달여 동안 일곱 번째 책까지 써 내려갔다. 아버지가 책을 마련했다. 아들은 그 책으로 공부한 과정이 같은 시기 기록 안에 함께 남았다.

조선시대 아버지의 자녀 돌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금난수는 공부를 시키는 위치에만 있지 않았다. 아들이 읽을 책을 직접 만들었다. 책을 베껴 주는 일은 학업 관리이자 생활 속 돌봄이었다.

◇스승에게 보내 배움의 길을 열다

1586년 3월 17일에는 금각이 허전한(許典翰)에게 나아가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허전한은 부모를 뵙기 위해 성산에 머무르고 있었다. 금각은 성산에서 한 달 가까이 공부한 뒤 4월 11일 집으로 돌아왔다.

자녀 교육은 집 안의 독서와 암송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난수는 아들이 배울 스승을 찾았다. 배울 수 있는 장소로 보냈다. 일정 기간 머물며 공부하도록 했다.

'성재일기'에 남은 기록은 조선시대 자녀 교육의 실제 장면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외웠다. 과거를 준비했다. 친족과 스승에게 배움을 구했다. 아버지는 과정을 살피고, 필요한 책과 배움의 자리를 마련했다. 조선시대 가정 안에서 이루어진 교육과 돌봄의 한 형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