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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329.)

한문역사 2026. 5. 21. 16:45

시조가 있는 아침] (329) 베잠방이 호미 메고

2026. 5. 21. 00:04
 
유자효 시인

베잠방이 호미 메고
신희문(생몰연대 미상)

 

베잠방이 호미 메고 논밭 갈아 기음 매고
농가(農歌)를 부르며 달을 띄여 돌아오니
지어미 술을 거르며 내일 뒷밭 매옵세 하더라
-『청구영언』 육당본

 

일 권하는 아내
참으로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이다. 무명이나 베로 지은 짧은 홑바지 차림에 호미를 메고 나가 논밭을 갈아 김을 맨다. 해가 지고 달이 뜨자 농사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는 술을 거르며 내일은 뒷밭을 매자고 하는구나.

이 시조를 지은 신희문(申喜文)은 조선 정조 때의 사람인 듯하다. 자는 명유(明裕). 『청구영언』과 『가곡원류』에 시조가 전한다. 그의 시조에는 “세사(世事)를 뿌리치고 산당(山堂)으로 돌아오니“잔 잡아 웃음나니 일배일배 부일배라” 같은 은거한정의 묘사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술을 좋아하고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하던 은사(隱士)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시조에는 드물게 아내의 묘사가 나온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이 좋아하는 술을 거르며 ‘내일은 뒷밭을 매자’고 권하는 여심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어느 남편이 이런 아내의 청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오늘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부부의 날. 옛 부부의 모습을 보며 오늘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부부는 세상의 근원. 아끼고 소중히 대해야 할 일이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