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 첫 美대사… "실수해도 괜찮아, 대담해져라"
유리 김 前알바니아 주재 美대사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이면서도 지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특별한 분이셨죠. ‘화성에 갈 정도로 대단한 일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힘을 얻었습니다.”
유리 김(54) 전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3일 워싱턴 DC에서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2020~2023년 알바니아 대사를 지냈다. 성 김 전 한국 대사, 조셉 윤 전 말레이시아 대사에 이어 세 번째 한국계 대사였고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이라 큰 화제가 됐다. 1996년부터 약 30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이라크 등에서 근무했고 대북 협상에 관여한 경험도 있다.
김 전 대사는 세 살 때 미국령 괌으로 이민을 갔고, 1997년 228명이 숨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로 모친을 잃었다. 모친은 평범한 주부였지만 한인 여성 모임 대표로서 지역 사회에 봉사했고, 한국에 직접 가서 고아원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으로 첫 발령을 받았을 무렵 사고가 발생한 뒤 모친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기 위해 ‘제인 화영 김 재단’을 만들어 30년째 장학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직 외교관일 때도 1년에 한 번은 괌을 찾아 학생들과 만났다고 한다.
김 전 대사는 “한국계라는 배경이 외교관 경력에 전혀 핸디캡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두 개나 할 수 있어서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는 매년 여름 부모가 한국 학교로 자신을 보내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그는 “명동에서 한참을 기다려 칼국수를 먹고, 곧 100번째 생일을 맞는 외할머니와 동네 시장에 가서 순대와 떡볶이를 포장해 오는 것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한국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서울에 근무하는 동안 내게 친절했던 386 정치인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김 전 대사는 “국무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국계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외교관, 정무직 할 것 없이 한국계가 정말 많다”고 했다. 최근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즐겁게 봤다는 그는 “내가 젊었을 때 TV에 한국계라고는 대니얼 대 김(드라마 ‘로스트’ 출연 배우)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미국인이 한국인을 섹시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한·미 관계에 대해 낙관했다. “국가의 관계도 사람과 비슷해서 가장 좋은 우정도 종종 삐걱거릴 때가 있습니다.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친구가 아니라 서로 예의 차리는 지인일 뿐이죠. 한·미가 진정한 친구이기에 때론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지만, 양국이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없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비관론이 팽배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지난해 9월 퇴임해 현재는 글로벌 석유 업체 엑손모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외교관이란 직업의 매력에 대해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라며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제2의 ‘유리 김’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법이고, 젊을 때는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며 “더 대담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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