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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여성 첫 美 大使. 실수해도 괜찮아,대담해져라

한문역사 2026. 5. 22. 20:30

한국계 여성 첫 美대사… "실수해도 괜찮아, 대담해져라"

유리 김 前알바니아 주재 美대사

입력 2026.05.2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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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김 전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13일 워싱턴 DC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이면서도 지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특별한 분이셨죠. ‘화성에 갈 정도로 대단한 일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힘을 얻었습니다.”

유리 김(54) 전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3일 워싱턴 DC에서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2020~2023년 알바니아 대사를 지냈다. 성 김 전 한국 대사, 조셉 윤 전 말레이시아 대사에 이어 세 번째 한국계 대사였고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이라 큰 화제가 됐다. 1996년부터 약 30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이라크 등에서 근무했고 대북 협상에 관여한 경험도 있다.

김 전 대사는 세 살 때 미국령 괌으로 이민을 갔고, 1997년 228명이 숨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로 모친을 잃었다. 모친은 평범한 주부였지만 한인 여성 모임 대표로서 지역 사회에 봉사했고, 한국에 직접 가서 고아원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으로 첫 발령을 받았을 무렵 사고가 발생한 뒤 모친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기 위해 ‘제인 화영 김 재단’을 만들어 30년째 장학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직 외교관일 때도 1년에 한 번은 괌을 찾아 학생들과 만났다고 한다.

 

김 전 대사는 “한국계라는 배경이 외교관 경력에 전혀 핸디캡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두 개나 할 수 있어서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는 매년 여름 부모가 한국 학교로 자신을 보내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그는 “명동에서 한참을 기다려 칼국수를 먹고, 곧 100번째 생일을 맞는 외할머니와 동네 시장에 가서 순대와 떡볶이를 포장해 오는 것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한국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서울에 근무하는 동안 내게 친절했던 386 정치인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유리 김 전 대사(오른쪽)과 모친(가운데) 사진. /제인 화영 김 재단

김 전 대사는 “국무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국계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외교관, 정무직 할 것 없이 한국계가 정말 많다”고 했다. 최근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즐겁게 봤다는 그는 “내가 젊었을 때 TV에 한국계라고는 대니얼 대 김(드라마 ‘로스트’ 출연 배우)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미국인이 한국인을 섹시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한·미 관계에 대해 낙관했다. “국가의 관계도 사람과 비슷해서 가장 좋은 우정도 종종 삐걱거릴 때가 있습니다.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친구가 아니라 서로 예의 차리는 지인일 뿐이죠. 한·미가 진정한 친구이기에 때론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지만, 양국이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없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비관론이 팽배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전 대사는 지난해 9월 퇴임해 현재는 글로벌 석유 업체 엑손모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외교관이란 직업의 매력에 대해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이라며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제2의 ‘유리 김’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법이고, 젊을 때는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며 “더 대담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중 기자
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