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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만에 밝혀진 황룡사 9층 木塔 속 황금빛 비밀

한문역사 2026. 6. 12. 15:51

1300년 만에 밝혀진 황룡사 9층 목탑 속 황금빛 비밀

국립경주박물관 '황룡봉불' 특별전
금동 사리함 만든 장인 이름도 확인

입력 2026.06.12. 00:42업데이트 2026.06.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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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찰주본기'를 새긴 금동사리함 재현품이 전시된 모습. 가로 24cm, 높이 23cm. /연합뉴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6년, 왕실 사찰 황룡사에 고대 한반도 최대 목조건축물이 들어선다. 황룡사 9층 목탑. 승려 자장이 중국 당나라에서 사리를 가져와 탑을 세울 것을 건의했고, 왕실이 이를 받아들여 대규모 불사를 추진했다. 이때 신라 장인들은 심초석(주춧돌) 아래 부처의 사리를 담은 진귀한 사리장엄구를 넣었고, 226년 뒤 경문왕이 탑을 중수(重修)하면서 또 한 번 사리기를 추가로 봉안했다.

황룡사 9층 목탑에 두 차례 봉안된 사리장엄구의 비밀이 1300여 년 만에 밝혀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기념해 12일 개막하는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룡봉불(皇龍奉佛)’에서다. 황룡사도, 9층 목탑도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에 타서 사라졌지만, 목탑 터의 심초석과 그 안팎에 봉안된 사리장엄구는 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전한다.

 

박물관은 11일 오전 언론공개회를 열고 “황룡사 목탑은 사리를 담은 용기인 사리함뿐 아니라 사리가 모셔진 공간 전체를 성스럽게 꾸몄다”며 “사리공(사리함을 봉안하기 위해 만든 구멍) 전체가 벽면과 바닥, 돌 뚜껑 안쪽까지 금동 판으로 장식돼 하나의 거대한 사리함처럼 금빛으로 조성됐음을 보존 처리 결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룡사 목탑 심초석 하부에서 나온 출토품. /국립경주박물관

전시는 1960년대 목탑 사리공 조사와 1976년부터 시작된 황룡사지 발굴 조사에서 확인된 창건기와 중수기의 사리장엄구를 한자리에서 비교한다. 보존 처리와 복원을 거쳐 새롭게 공개하는 유물과 함께 최근 과학 조사와 연구로 밝혀진 성과도 공개했다. 황룡사 목탑 사리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함, 경문왕 중수 때 넣은 명판인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보물) 등 각종 출토품을 비롯해 127건 390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공 내부의 구조다. 가로·세로 31㎝, 깊이 26㎝ 구멍 안에 금동판 네 장을 세워 사방 벽면을 장엄했다. 각 판에는 신장상 두 구가 새겨져 있어 모두 여덟 구의 신장상이 사리를 둘러싼 형태다. 박물관은 “대부분 파손된 채 발견돼 구조를 알 수 없었으나, 금동판의 형태를 복원한 결과 각 판이 붙었던 원래 위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 /국립경주박물관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 몸체 사이 공간에 두 점의 은제 판을 결합해 추정 복원한 영상의 한 장면. /허윤희 기자
금동 팔각당형 사리기. 몸체 사이 공간에 두 점의 은제 판을 결합해 추정 복원한 영상의 한 장면. /허윤희 기자

‘찰주본기’ 기록에서 유리 사리병 받침으로 쓰였다는 ‘금은고좌(金銀高座)’의 실체가 출토품 중 하나인 금은제 연꽃 모양 받침이었다는 것도 성분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팔각형 건물 모양의 금동 사리기에선 원래 이중의 몸체 사이 공간에 두 점의 은제 판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에서 장인으로 추정되는 사람 이름을 추가로 찾은 것도 큰 성과다. 사리함에 적힌 사람 이름은 총 61명.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CT 촬영, 3D 스캔, 고화질 촬영 등을 통해 뚜껑 안쪽에서 ‘김충(金忠), 연장(連長), 청선(淸宣)’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확인됐고, 바닥판으로 추정되는 조각에서는 ‘연창(連昌)’이라는 이름을 추가 판독했다”며 “이들은 기존에 옆판에 글자를 새긴 사람들과 구분되며, 옆판이나 바닥판, 뚜껑의 무늬를 조각한 장인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황룡사 목탑 중수가 왕실뿐 아니라 수많은 기술자와 장인이 참여한 국가적 사업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룡사 목탑 심초석과 덮개돌. 덮개돌은 후대에 설치된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황룡사 9층 목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불법의 수호 속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불국토 염원을 담은 공간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축적된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황룡사 목탑에 담긴 신라의 불교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10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