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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로 보는 중국) 23.두둑한 배포뒤의 서늘한 흉계

한문역사 2026. 6. 13. 06:01

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23] 두둑한 배포 뒤의 서늘한 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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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걸치는 옷감은 그 재질에 따라 나름 귀천(貴賤)을 갈랐다. 포백(布帛)의 구별이 우선 그렇다. 베로 만든 옷감이 ‘포’, 비단에 속하는 그것이 ‘백’이다. 그래서 베로 지은 옷인 포의(布衣)는 벼슬이 없는 일반인을 가리켰다. 평범하거나 다소 곤궁할 때 사귄 친구를 그래서 포의지교(布衣之交)라고 적었다. ‘포’는 아울러 ‘보자기’라는 뜻을 일찌감치 얻었다.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등장하는 ‘보’가 곧 그런 보자기를 뜻한다. 중국 어린이들의 ‘가위바위보’ 놀음에 등장하는 보자기 또한 이 글자 ‘포’를 쓴다.

그 보자기는 물건을 싸는 데 필요하지만, 한자 세계에서는 ‘펼치다’의 뜻이 강하다. 이리저리 퍼뜨리는 산포(散布), 여기저기 흩어진 분포(分布), 다른 이에게 널리 알리는 반포(頒布) 등이 그 사례다. 그러나 싸움에서 자신의 계획과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펼치는 계략(計略)의 뜻도 있다. 바둑에서 미리 기반을 깔아두는 행위를 포석(布石)이라고 한다. 게임 전체를 바라보며 먼저 준비에 나서면 포국(布局)이다.

 

우리는 흔히 “배포(排布)가 크다”고 말한다. 그 ‘배포’의 사전적 의미는 ‘머리를 써서 일을 조리있게 계획함’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글자 둘 모두 상대와의 싸움을 염두에 둔 개념이다. ‘배’는 배열(排列)과 배치(排置), ‘포’는 포석과 포국이다. 따라서 ‘배포’는 앞뒤 사정과 상황을 잘 파악해 제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마련하는 계획이다.

나라 덩치에 걸맞게 중국의 배포는 크거나 두둑할 때가 많다. 제조업 잉여 생산품을 세계에 퍼뜨려 국제 시장을 교란하고, 여러 빈국을 상대로 국력을 막무가내 확장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을 벌인다. 최근에는 미국에 대응하는 포석으로 북한의 핵까지 용인할 분위기다. 중국의 배포는 늘 크거나 두둑하지만 흉계(凶計)의 혐의가 짙어 경계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