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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우리집 보물창고

한문역사 2026. 6. 18. 16:13

삶의 향기] 우리 집 보물창고

2026. 6. 16. 00:10
 
한진경 원불교 청라교당 더시그넘하우스청라 교무

우리 집에는 보물창고가 있었다. 곡식창고도 아니고 무려 ‘보물창고’다. 하지만, 우리 식구 대부분은 그 존재를 30년 넘게 모르고 살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지인으로부터 지나간 옛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우연히 알게 됐다. 어느 날 그 지인이 우리 집에 잠시 들렀을 때, 마당에서 놀고 있던 다섯 살짜리 조카가 손님을 맞이했다고 한다. 손님이 “할머니 어디 계시니?” 하고 찾자, 조카는 “할머니 보물창고에 계세요”라며 손님을 뒤뜰로 안내했다. ‘보물창고라니?’ 의아해하며 아이를 따라간 곳에서 할머니는 텃밭을 가꾸고 계셨다.

「 채소 뚝딱 나오던 할머니의 텃밭
내 곁의 보물 모르고 살지는 않나
눈 가리는 집착을 어서 걷어내야

김지윤 기자

동화책 속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방망이처럼, 할머니가 텃밭에만 다녀오시면 딸기·토마토·오이·호박이 뚝딱 쏟아져 나왔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소일거리 삼아 가꾸는 텃밭이 다섯 살 조카의 눈에는 엄청난 조화를 부리는 보물창고로 보였던 것이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뒤로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에게는 보물창고가 있는가. 내 보물창고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혹시 가득 찬 보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모르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흔히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가난이라 말하지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무릇, 가난이라 하는 것은 무엇이나 부족한 것을 이름이니, 얼굴이 부족하면 얼굴 가난이요, 학식이 부족하면 학식 가난이요, 재산이 부족하면 재산 가난, 마음이 가난하면 마음 가난, 지혜가 부족하면 지혜 가난, 자력이 부족하면 자력 가난, 공익심(公益心)이 부족하면 공익심 가난이라”고 하셨다.

 

꼭 부족해서만 가난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집 보물창고를 30년 넘게 모르고 지내온 것처럼 내 마음에 ‘무궁한 묘리와 무궁한 보물과 무궁한 조화가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 있는 것을 모르고 가난하게 사는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는 “견성(見性)이라 하는 것은 비하건대 거부 장자가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재산으로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비로소 알게 된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반면,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가난하게 살기도 한다. 어느 여인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고 싶어 한 푼 두푼 모아 마침내 작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끼고 나가자니 혹여나 긁힐까 조심스러워 행동이 부자유했고, 집에 두고 나가자니 혹여나 도둑이 들까 불안했다. 외출을 해도 마음은 내내 집에 가 있고, 일도 제대로 못 보고 쏜살같이 돌아가곤 했다.

집에 두고 온 반지를 향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달려가는 마음처럼, 자식이든 명예든, 물건이든, 무언가에 마음이 달라붙어 떠나지 못하고 머물면 그것이 곧 집착(執着)이 된다. ‘내 편’에게만 머물면 편착(偏着)이라고 한다. 마음이 ‘나’에게만 머물면 아집(我執)이 되고, ‘우리’에게만 머물면 국집(局執)이 된다. 아무리 큰 보물을 가졌을지언정 착심과 집착에 눈이 가려 국한된 마음밖에 쓰지 못하면 이 또한 가난한 삶이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이미 자기의 소유인 것을 알았으나 전일에 잃어버리고 지내는 동안 모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바 되었는지라 여러모로 주선하여 그 잃었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솔성(率性)이라 하셨다. 착심과 집착에 뺏긴 내 권한을 찾고 세상을 보면, 진짜 보물은 이미 내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 햇빛과 바람이 주는 자연의 선물은 물론이고, 때로 나를 귀찮게 하던 부모님이 나를 있게 해준 근본임을, 다 커서도 근심 걱정거리인 자식이 세상 무엇보다 귀한 선물임을 알게 된다. 늘 부족해 보이던 동료와 친구가 사실은 없어서는 안 될 귀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은혜가 눈부신 보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보물을 알아채는 밝은 눈을 가진 ‘나’ 역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이다.

“눈 감기고 팔 벌려 여기저기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이리저리 찾는다.” 문득 입가에 맴도는 노랫말을 가만히 되뇌어본다. 보물창고를 두고 보물을 구하려 애쓰는 것처럼 이미 우리는 부처이건만, 부처인 줄 모르고 중생으로 살며 다른 부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심과 집착의 눈가리개를 어서 걷어내야겠다.

한진경 원불교 청라교당 더시그넘하우스청라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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