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333)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
2026. 6.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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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
김성기(1649~1725)
홍진을 다 떨치고 죽장망혜(竹杖芒鞋) 짚고 신고
요금(瑤琴)을 빗기 안고 서호(西湖)로 들어가니
노화(蘆花)에 떼 많은 갈매기는 내 벗인가 하노라
-병와가곡집
그리운 옛사람의 풍류
번거로운 속세의 일을 다 떨쳐버리고 대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고서,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고 경치 좋은 서쪽 호수로 들어가노니, 갈대꽃 사이의 수많은 갈매기는 나의 벗인가 한다.
시인의 벗은 대지팡이와 미투리 그리고 거문고와 갈매기다. 그것은 모두 속세를 떠난 것들이다. 번거로운 생활을 모두 떨쳐버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처세관이 두드러진다. 또 다른 작품에서 그는 “짝 잃은 학의 울음소리가 구름 밖에 들린다”고 노래했다. 속세를 잊고 신선이 된듯한 기분에 젖는 것이다.
김성기(金聖器)는 평민 출신이다. 영조 때 임금의 의복과 궁내의 재물 등을 관리하는 상의원(尙衣院)에서 활을 다루는 궁인(弓人)이었다. 나중에는 활을 버리고 거문고와 퉁소, 비파 등을 익혔다. 음률에 맞추어 가곡(歌曲)도 지었다. 창을 잘했고 가보(歌譜)도 만들었다.
자연을 벗 삼으며 선인(仙人)의 경지에서 노닐던 옛사람의 풍류가 그립다.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한 요즈음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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