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서 20년 "메시는 종교다"
[올라! 월드컵] 알제리戰서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후반 31분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의 왼발 중거리 슛이 또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해트트릭이었다.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9000여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한 금발 여성은 감격한 듯 눈물을 훔치며 메시의 이름을 외쳐댔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웃옷을 벗고 괴성을 지르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하는 듯한 팬도 있었다. 축구장이 아닌 열광적인 종교 집회 같았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축구 팬 베가스 에레라(48)씨는 “우리에게 메시는 종교다. 그를 신이라 불러도 괜찮다”고 했다.
메시는 16일(현지 시각) 알제리와 벌인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세 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4년 전 카타르에서 꿈에 그리던 월드컵 우승컵을 들었던 메시는 기분 좋게 2연패(連霸)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200번째 A매치에서 축구 역사에 남을 각종 기록을 세우며 ‘축구의 신’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선발 출전해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부터 6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라는 축구 역사상 첫 기록이 쓰여졌다. 열아홉 살이던 2006년 6월 16일 독일 월드컵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데뷔 무대였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메시는 3분 만에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후반 43분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넣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20년 뒤, 메시는 월드컵 통산 득점 1위에 올랐다. 경기 전까지 13골이었던 메시는 이날 세 골을 몰아치며 16골로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숨에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게르트 뮐러(독일·이상 14골), 호나우두(브라질·15골)를 넘어섰다.
월드컵에서 개인 첫 해트트릭에 성공한 메시는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3세로 스페인을 상대로 세 골을 넣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다. 또한 월드컵 통산 24개 공격 포인트(16득점, 8도움)로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12득점, 9도움)가 보유했던 ‘월드컵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메시는 경기 후 “멋진 아르헨티나 팀의 일원이라 즐겁고 감사하다”며 “(축구의)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메시는 이날 8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6번 슈팅을 시도했다. 이 중 4개가 유효 슈팅이었고, 세 차례 골망을 흔드는 놀라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공이 없을 때는 거의 뛰지 않았지만, 패스가 연결되거나 상대 수비가 조금이나마 빈틈을 보이면 민첩하게 움직이며 위협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결국 전반 17분 중앙에서 혼자 공을 몰고 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오른쪽 구석을 향하는 완벽한 왼발 중거리 골을 터트렸다. 후반 15분엔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가 때린 중거리 슈팅이 알제리 골키퍼 루카 지단에 막히자 흘러나온 공을 가볍게 밀어 넣었다.
경기가 열린 미국 중부 캔자스시티는 이날 ‘메시의 도시’가 됐다. 10개월 동안 자전거로 17국을 횡단한 축구 팬 세 명은 메시 경기 일정에 맞춰 캔자스시티에 도착해 경기를 관람했다. 오로지 메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미국인도 많았다. 메시의 원맨쇼에 흥분한 아르헨티나 관중은 경기가 끝나고도 1시간가량 목청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러댔다. 시내는 마라도나와 메시가 그려진 깃발을 든 아르헨티나 팬 수천 명으로 북적였고,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많이 들렸다. 메시의 10번 유니폼을 입은 아머 페키(39)씨는
“이 도시가 축구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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