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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만리) 해바라기 老稚園.

한문역사 2026. 6. 30. 14:15

문향만리] 해바라기 노치원 / 김 지 욱

최미화 기자
 
이정환(시조시인)

해바라기 노치원

김지욱

점잖은 떡집 할배 걸어야 산다면서/

볕 드는 양지쪽에 힘없이 왔다 갔다/

한때는 이 근동에서 모르는 이 없었다//

건천댁 정할매는 굽어진 허릴 펴며/

날씨가 찌뿌둥해 신경통 도졌다고/

종가댁 시집살이를 온몸으로 견디셨다//

아침에 등교해서 저녁에 하교하는/

저마다 살아온 삶 내력은 다르지만/

가슴속 깊은 상처를 하나둘씩 꺼내놓고//

사지가 불편하고 사는 게 고달파도/

요양사 미소 속에 웃음꽃 피우면서/

서로들 토닥여주며 하루해를 보낸다

 

『정음시조 8호』(제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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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노치원」은 아프게 읽힌다.

유치원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누구나 다 아는 명칭이다. 그런데 노치원이다.

처음에는 낯설던 이름이었는데,

어느 사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면서 익숙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니는 교육기관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요즘은 그 효용성이 커졌다.

누구나 늙어간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세월을 이길 수 없기에 저속 노화라는 개념도 생겼다.

늙어가는 것을 늦추고자 하는 염원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품는 마음일 것이다.

실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일이 가장 복되다. 모든 이는 그것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 만큼 개인적으로 심신의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해바라기 노치원」은 네 수 전편을 담담한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점잖은 떡집 할배는 걸어야 산다고 말하면서

볕 드는 양지쪽에 힘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몹시 안쓰러운 모습이다. 힘있게, 힘차게 다니지 못하고 힘없이 왔다 갔다 한다.

힘이 없어도 그나마 움직일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는 한때 이 근동에서 모르는 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소위 왕년에 힘이 펄펄 넘쳤고, 젊음의 기개로 네 활개 치던 시절이 있었다.

건천댁 정할매는 어떤가?

굽어진 허릴 펴며 날씨가 찌뿌둥해 신경통이 도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도 종가댁 시집살이를 온몸으로 견디어낸 억척의 때가 있었다.

이젠 마치 유치원처럼 아침에 등교해서 저녁에 하교한다.

이렇듯 저마다 살아온 삶과 내력은 다르지만,

가슴속의 깊은 상처를 하나둘씩 꺼내놓기도 한다.

그들은 사지가 불편하다. 그러므로 사는 게 고달프다.

그러나 이따금 요양사 미소 속에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다른 뾰족한 길은 없다. 서로를 토닥여주며 하루해를 잘 지내면 된다.

해바라기 노치원을 다녀오면 밤이 깊어진다. 또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이다.

가는 세월을 생각하면 무상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한순간이 그지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못지 않게 노치원이 필요한 초고령사회다.

「해바라기 노치원」은 그 점을 잘 노래하고 있다.

이정환(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