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마지막 보신탕
개고기를 처음 먹어본 건 고3 때였다. 어머니께서 “몸에 좋다”며 정체불명의 음식을 가져오셨다.
그 음식이 개고기임을 알게 된 건 너댓번 먹고 난 뒤였다.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몸에 힘이 나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렇게 고3 수험 생활을 버텼다.
한동안 뜸했던 개고기를 다시 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다.
선배 중 한 명이 조심스레 “혹시 개를 하냐(먹냐)”고 물었다.
은밀한 개고기 점조직 모임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먹었다. 고려 후기의 문인 이규보는 개 식용 관련 얘기를 담은 수필 슬견설(蝨犬說)을 썼다. 중종실록엔 조선 시대 한 권세가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선교사 클로드 샤를 달레는 ‘조선 교회사’에서 개고기를 “조선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의 하나”라고 기록했다. 뚝배기에 담긴 개고기 요리를 과거 ‘개장국’이라 불렀다. 우리가 즐겨 먹는 육개장이 개장국에 개 대신 소고기를 넣어 만든 요리다.
▶개는 원래 보편적인 음식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아시아권에서 개 식용 문화가 융성했다. 개고기 소비 1위 국가는 중국이다. 개고기를 ‘단고기’라 부르는 북한은 요즘도 대동강변 등 경치 좋은 곳에 고급 단고기 요리 식당이 새로 문을 연다. 단고기 요리를 코스로 내놓는 곳도 있다. 이른바 ‘개마카세(개+오마카세)’ 집이다. 개 식용을 혐오로 규정한 건 서구권이었다. 산업 혁명 이후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집 안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보편화됐다. 가족이 된 개를 먹는 건 ‘식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내 애완견 숫자는 550만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는 인생 동반자라는 의미로 애완견을 넘어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이런 추세에 맞춰 2024년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됐다. 당시 적극적으로 나선 게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아이처럼 기르는 개만 6마리였다. 3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되게 됐다.
▶15일은 초복이었다. 보신탕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초복이 됐다. 조용히 보신탕집을 찾은 주변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1만원대였던 보신탕 가격이 2만원대로 올랐다고 한다. 개 사육 농장이 사라지면서 개고기 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질 좋은 고기도 적어져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좋든 싫든 개를 먹는 시대는 갔다. 개들이 생사의 불안에서 해방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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