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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틈이 없다. 인생은 여행,여행은 보험.하와이에서

한문역사 2026. 7. 16. 17:23

[이지혜의 심심할 틈이 없다] 인생은 여행, 여행은 보험… 하와이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이지혜 작곡가
입력 2026.07.15. 23:31업데이트 2026.07.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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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의 병원 /이지혜 제공

바야흐로 고환율 시대다. 하지만 내게는 탄탄하게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와 하와이 호놀룰루에 사는 친동생이 있으니 티켓부터 잡는다. 산더미 같은 걱정을 다 잊고 인천행 공항철도에 탑승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첫 위기가 찾아왔다. 노트북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클라우드 ‘나의 찾기’ 기능이 떠올라 허둥지둥 폰을 열어보니 일터에 놔두고 왔구나! 다행이다. 이 사소한 소동은 이번 여행의 럭키 사인이 아닐까?

호놀룰루에 도착하니 날씨가 딱 좋았다. 9시간 동안 주는 대로 폭풍 흡입했더니 속이 불편하고 두통도 생겼지만 ‘며칠 동안 잘 쉬고 가야지’ 다짐하며 동생 집 마루에 짐을 푼다. 그런데 약통을 챙기지 않은 걸 깨달았다. 약통엔 ‘나의 찾기’도 없는데,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은 지 이틀이 됐는데…. 뒷골이 묵직해지기 시작한다. 설마 이것은 드라마에서 쓰러지기 전 나오는 그 뒷골통? 하지만 내겐 노트북 사건이라는 경종으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입한 여행자 보험이 있지. 역시 그 소동은 럭키 사인이었다! 여기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될 것이고, 또 혈압약이란 며칠 동안은 체내에 성분이 남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일단 쉬고 내일 생각하자.

 

다음날, 충분히 잤는데도 두통은 그대로고 컨디션도 별로다. 역시 혈압이 문제 같다. 워크인 가능 병원을 구글맵으로 보니 다행히 멀지 않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5분, 문진표를 작성하고 보험의 유무에 자신있게 있다고 답한 후 4번째 순서로 대기를 시작한다. 줄이 너무 천천히 줄어든다. 3시 55분, “잠시 나갔다 돌아와도 괜찮을까요?” 물으니 “순서까지 20분 이상 걸릴 것 같으니 다녀오라”는 대답이 미소와 함께 돌아온다. 역시 하와이 사람들은 친절하다.

4시 15분,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내 순서는 아직이다. 그래, 20분 이상 걸릴 거라고 했으니까. 챗GPT를 돌려보다 실수로 약을 분실한 경우는 여행자 보험 처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냥 갈까? 뒷골이 너무 땡긴다. 이러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면? 그래, 보험이고 나발이고 오늘 의사를 만나야 한다.

앞 환자가 4시 50분에 나온다. 하지만 내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이 병원에 스태프가 적어도 4~5명은 되어 보이는데 모두 윷놀이라도 하고 있지 않는 다음에야 이 진행 속도가 말이 되는가? 하지만 화내면 안 된다. 혈압 안정이 우선이다. 4시 56분, 도착 1시간 31분 만에 진료실에 입장하여 혈압을 잰다.

 

“120/81입니다.” “… 뭐라고요?” 5시 16분, 드디어 의사가 들어온다. 몇 가지 질문 후에 그녀는 서울에서 처방받는 약이 뭐냐고 묻고, 약은 15분 정도 거리의 약국에서 사면 된다고 한다. 5시 30분, 진료 영수증과 처방전이 나온다. “297.03달러입니다.” OMG! 그 무언가를 상상하긴 했지만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는 금액이다. 2시간 넘게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니 가격이 높은 거라고 생각해야겠다.

5시 46분,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민다. 상냥한 약사는 말한다. “어! 이 용량의 약은 여기 없는데요? 병원에서 처방전 다시 받아 오세요. 저희는 6시에 문을 닫으니 내일 다시요.”

약국을 나오니 놀랍게도 두통은 사라졌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 있다. 역시 하와이 날씨는 최고다. 이것은 내일 병원에 가면 줄이 짧을 거라는 럭키사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