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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만 주세요, 무릎 꿇은 老母는 간절했다

한문역사 2026. 7. 16. 17:26

남궁인의 심야 일지] "살려만 주세요" 무릎 꿇은 老母는 간절했다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6.07.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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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술을 마시다 쓰러졌다. 독한 양주까지 섞인 술자리라고 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 속에서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구급대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실세동을 확인한 구급대원은 주저 없이 전기충격을 가했다. 다섯 번째 전기 충격에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다. 구급대는 처치를 유지하며 응급실로 달렸다. 그 사이 구급대는 환자가 독거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척에 사는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도착했을 때도 맥박이 없었다. 여전히 심실 세동이었다. 제세동을 두 번 가했지만 심장은 반응이 없었다. 다만 그의 상체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건강한 50대 남성에게 발생한 악성 부정맥이었지만 심폐 소생술 덕에 뇌가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다급하게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가 필요했다. 심장과 폐를 기계로 대체해야 했다. 이대로 부정맥이 유지되면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내과 당직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쏟아내듯 설명했다. 마침 병원 근처에 있던 그는 즉시 출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만 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동의를 받는 것이 옳았다. 이렇게 침습적인 시술을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없었다. 간혹 보호자가 비협조적이면 상황이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바깥으로 뛰어나가 보호자를 찾았다. 그 짧은 시간에 고령의 어머니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 통보에 가까운 설명을 해야 했다. 일단 살려 놓고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도 늦지 않았다. 나는 보호자를 붙들고 쏟아내듯 말했다. “아드님이 술집에서 쓰러지셨어요. 심정지였습니다. 지금도 맥이 없습니다. 심폐 대체 요법을 해야 합니다. 진행하겠습니다.” 갑자기 내 말을 들은 그의 어머니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내 눈앞에서 싹싹 비벼 대며 말했다. “살려 주세요. 뭐든 다 하시고 제발 살려만 주세요.”

나는 동의를 받았으니 빨리 와달라고 전화했다. 마침 에크모 팀원들도 전부 병원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았다. 기계가 도착하기 전까지 혈관을 확보해야 했다. 심폐 소생술로 흔들리는 그의 사타구니 혈관을 절개하고 굵고 기다란 도관을 그의 심장 근처까지 밀어 넣었다. 봉합사로 도관을 고정하는데 맹렬하게 비벼대던 손끝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보호자가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알았다고만 표현해도 나는 같은 처치를 했을 것이다. 심지어 미적지근한 반응이어도 일단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저토록 손을 간절히 비비는 사람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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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을 넣자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다. 에크모 기계가 내려온다고 했다. 환자의 흉부가 거칠게 들썩이고 있었다. 보호자는 나에게 빚을 진 것도 죄를 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켜내야 하는 아들이 있었기에 처음 보는 내게 무릎을 꿇었다. 간절함이 나라는 타인에게 몸짓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무겁고 절박한 동의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냥 하던 대로 최선만 다하면 되는 걸까. 기적처럼 처치가 빠르게 끝났다.

분당 5리터의 혈액이 기계를 통과하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제 문헌상 그의 생존율은 최대 30%였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살아날 것 같았다. 그를 어떻게든 지켜내야만 하는 사람이 저 문밖에 있었다. 마음의 짐을 짊어진 듯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때로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간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