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아무튼, 주말]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배재고와 광주일고 간 야구 시합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5·18과 관련된 부적절한 응원을 함으로써 빚어진 사회적 논란은 배재고 측의 사과와 광주일고 측의 용서로 바람직한 모습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 편견과 억지로 갈등을 오히려 키워 가는 정치권이 보고 배워야 할 대목입니다. 전광석화처럼 내려진 배재고 야구팀에 대한 징계도 학생들의 전도에 지장이 없게 다시 정리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5·18 민주화운동만큼 논쟁적인 주제는 없습니다. 사법적으로 5·18을 일으킨 군부 세력에 대하여 내란죄 등의 책임을 묻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입법·행정적으로는 국회 청문회나 1995년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등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5·18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이는 단순한 시위나 폭동이 아니라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며, 그래서 매년 5월 18일 국가기념식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정서적으로는 아직도 5·18을 바라보는 시선이 양쪽으로 갈려 있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번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태도 그러한 사례의 하나입니다.
법원에서 근무할 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나이 많은 목사님 재판을 맡았습니다. 그분은 위법하게 북한과 교류·회합하고,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조문하겠다며 판문점을 향해 행진했습니다. 법정은 피고인의 대한민국 비난·투쟁의 장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5·18 민주항쟁 때 20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나쁜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웠습니다. 판결 선고 시까지는 피고인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거나 힐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지만, “5·18 항쟁 시 사망자는 엄정한 조사 결과 200여 명 미만으로 밝혀졌는데 무슨 근거로 2000명이 넘는다고 과장해 주장하십니까? 또한 예전에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평양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교회가 있습니까,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까?”라고 힐책했습니다. 나이나 직업에 비해 너무 철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피고인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이 등을 고려해서,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바라보기를 권고하면서, 최대한 관대하게 처벌했습니다. 이처럼 사실을 과장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서 어떻게 해서라도 5·18에 책임을 나누어져야 할 보수 쪽 흠집 내기에 열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2007년부터 광주광역시, 5·18기념재단 등이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당연히 기존의 국가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등재를 공식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유네스코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등재를 반대하는 청원을 제기하고 심지어 현지에서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유네스코 측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이 일을 추진하던 국회의원 한 분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저에게 반대 청원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저는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것이 유네스코 측에 전달돼 무난히 등재됐습니다.
위 두 에피소드에서 보듯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상반된 인식을 가진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광주민주화운동에는 그 발생 원인, 전개 과정과 결과에 참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평가가 다양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 같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전개한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입니다. 북한 개입설처럼 확실한 근거가 없이 5·18 민주화 운동을 부정·폄훼하는 주장은 허용할 수 없지만, 그 발생 원인, 전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막는 것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5·18 정신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힌 5·18에 대한 의도적 부정 평가와 문제 제기를 차단하는 이른바 성역화 주장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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