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홍매화 열반(이 복희)

한문역사 2024. 3. 1. 19:59

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에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의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에 얹어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올리는 자태가

물고기 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