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18] 도심 뙤약볕? 이젠 남자도 양산으로 맞선다
양산

양산은 새로운 도전이다. 더위에 맞서는 생존 차원에서도, 남자다움이란 인식 측면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말하는 남자의 멋이나 물건은 대부분은 20세기 초중반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오늘날 남자의 옷은 그 시절 군복과 작업복, 유럽의 클래식, 미국의 실용적인 캐주얼, 그리고 이 모든 걸 사랑하고 연구한 일본의 추구미로 이어진 테두리 안에 있다. 물론, 그 안에 남자의 양산은 없다. 우산도 남자답지 않다고 잘 안 쓰는 문화가 있는 마당에 양산이 남자의 물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남자들의 양산 사용이 가장 보편화되었다는 일본조차 대중화의 기점은 ‘남자 양산 쓰기’ 캠페인이 본격화된 2018년쯤이다. 우리는 2021년에야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양산의 뜻풀이에서 ‘주로 여성들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영미권에선 정말 최근에서야 동아시아권 양산 문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 성별에 구분 없는 양산 사용의 필요성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보다시피 기존의 기준이 없다. 양산은 함께 논의하며 목록에 넣어야 할 새로운 남자의 물건이다.

본질로 돌아가 보자. 남자와 양산이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비록 도심이지만 바깥 환경이 혹독해진 탓이다. 패션 아이템이 아닌 생존 도구로의 접근이다. 따라서 제안하자면, 보다 원활한 야외 활동을 위해 기술적 집념과 모험심을 집약해 만든 백패킹 혹은 하이킹 우산이 가장 근사한 근사치다. 기본적으로 UPF(자외선 차단 섬유 지수)는 50 이상이고, 뼈대와 살은 고밀도 유리 섬유나 항공용 알루미늄 등 첨단 소재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강풍에도 견딜 만큼 강하다.
원단은 확실한 차단 측면에선 PVC가 우수하나, 종합적으로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도 훌륭하다. 색상은 안팎 모두 은색과 크롬이 기능적으로 가장 뛰어나고, 그다음은 검은색이다. 그래서 하이킹 우산을 도심으로 가져왔을 때 고프코어(기능성 의류를 일상의 패션 아이템으로 즐기는 스타일) 분위기나 믹스매치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그동안 남자들은 귀찮음과 남자답지 않다는 인식 등으로 인해 양산을 멀리했다. 하지만 고사양의 하이킹 우산은 맥가이버칼처럼 다재다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고, 우산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아웃도어 분위기를 빌려와 어색함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발휘하는 야성과 모험심은 타인의 시선 의식을 차단하고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식을 ‘반사’하는 용기와 이야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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