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외롭다" 말할 수 있는 삶
홀로 지내도 늘 활달하던 시어머니. 그러나 치매가 찾아오자 집 안은 쓸모없는 물건들로 메워졌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찾아가 시어머니 댁을 정리정돈한다.
함께 집을 치우곤 하는 막내 시동생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나눔과나눔’이라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요즘도 무연고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나요?”라는 물음에
“네, 하루에 4명에서 6명씩 장례가 이어져요. 특히 여름철엔 명절이나 기념일이 없어
홀로 생을 마감하는 분이 많아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렇게나 홀로 떠나는 죽음이 많다니….
죽은 이는 말이 없을 뿐이다. ‘무연고’라는 말은 그들의 삶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 채
오해의 낙인이 된다. 그들의 삶을 기억하는 누군가를 찾지 못했기에
‘무연고 사망’이 되는 사정이 있을 뿐이다.
일본 작가 야스토미 아유미는 ‘단단한 삶’에서 자립은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곤란할 때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관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쉽게 타인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유난히 의존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절이 깊어졌고, 외로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인간은 본래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왔다. 의존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끈이며,
단절을 막는 힘은 ‘돌봄’이다. 사생활을 존중해 준다는 이유로 관계를 끊고 독립만을 내세우는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외.없.서(외로움 없는 서울)’라는 캠페인에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상담 전화를 걸어왔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만 봐도 누구나 의존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홀로 사는 집에는 적적함이 자란다. 첨단 기계도 덜어줄 수 없는 감정의 빈자리다.
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간의 몫이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그들을 사회와 잇는다.
마음을 데우는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36.5도의 체온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덜 차가운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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