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19] 봉황 머리 봉우리에서 차 한 잔
경남 사천시 곤명면에 가면 봉명산(鳳鳴山)이 있다. ‘봉황이 운다’는 산이다.
왜 산 이름에 봉황을 붙였는가? 봉우리가 바가지, 또는 철모처럼 둥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 봉우리가 이렇게 둥그렇고 듬직한 모습을 귀하게 여겼다.
그런 모습에서 날아다니는 봉황의 머리 모습을 연상했다.
봉명산은 높지 않지만 멀리서 보면 그 봉우리의 둥그런 모습이 참 아름답다.
봉명산에는 다솔사가 있다. 1000년이 넘은 역사의 고찰이다. 다솔사의 특징은
차밭이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대웅전 법당 주변이 온통 차밭이다. 다솔사는
‘다찰(茶刹)’이라고 할 만큼 법당을 빙 둘러 푸른 녹색의 차밭이 조성되어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다선일미(茶禪一味·차와 선이 같은 맛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딱 부합되는 절이 다솔사다. 일제강점기 때 만해 한용운, 김범부, 김법린,
허백련 선생을 비롯해 이 절에서 독립지사들이 회동할 때 차를 마시는 가풍이 있었다.
차 마시는 가풍을 정립한 인물이 근래에 살다 간 효당 스님이다.
다솔사에서 법당 옆길로 15분 정도 올라가면 봉명산의 남쪽 자락에 불이다실(不二茶室)이 있다.
이 다실의 주인은 동초(東初·71) 스님이다. 10대 후반에 머리 깎고 출가해 50년 세월 동안 차를
마셔온 차인이다. 1970년대 초반에 동초의 은사 스님이 서울 도봉산 천축사(天竺寺)의
무문관(無門關) 관장을 했다고 한다. 천축사 무문관이 우리나라 제1호 무문관이었다.
그 은사 스님의 차 시중을 하면서 차 맛을 접하게 됐다.
동초 선사는 태극권 수련을 오래 해서 그런지 70대인데도 꼿꼿한 기세가 있고,
그 꼿꼿함이 불이다실의 분위기에 스며 있다. 다실에 들어서니 무쇠 탕관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둥그런 고리처럼 생긴 손잡이가 양쪽에 붙어 있는 무
쇠 탕관의 모습은 옛날 그림에서 보던 모양과 같다. 그 끓는 물소리가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탕관에서 물을 뜨는 대나무로 만든 표자(瓢子·손잡이가 긴 표주박)도
예스럽다. 3리터는 들어갈 법한 크기의 물 주전자도 구리로 제작돼 있다.
탕관 밑에는 숯이 달궈져 있다. 역시 거무스름한 무쇠 화로에 숯이 담겨 있어서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벽에는 ‘끽선다삼구(喫禪茶三句)’를 설명하는 한문 글씨가 액자로 걸려 있다.
다실 주인의 차철학(茶哲學)으로 여겨진다. 사는 것이 허(虛)하면 밖으로 돌게 돼 있고,
기왕 돌 바에는 봉명산 불이다실에 와서 차 한 잔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새 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망국의 아버지는 뛰고 또 뛰었다 .손기정 아들 손정인씨 對談. (1) | 2025.11.24 |
|---|---|
| 투수4관왕,폰세 2025 KBO MVP, 신인상엔 KT 안현민. (0) | 2025.11.24 |
| 오타니 장외 홈런포, 월 스미스의 WS 결승포 낙찰가는? (0) | 2025.11.24 |
| 경남 함안 고향에서 의사 생활 60년 하는 具滋雲님 (1936년생) (1) | 2025.11.23 |
| FA 김현수, 금액 수정 제안은 없다면서 LG와 다시 만날까? (0) |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