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끼니마다 김치 먹은 여성…중성지방·LDL 수치 낮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5.11.22 00:01
김치에 숨겨진 과학
해마다 11월부터 12월까진 집집마다 김장을 담기 위한 어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김장 담기’는 한국의 대표 전통문화로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전 세계인이 K김치를 발견하는 중이다. 특히 11월 22일은 ‘김치의 날’로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디선가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라고 외치는 김치 주제가가 들리는 듯하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이처럼 문화적으로 김치의 존재감은 독보적인데, 김치에 숨겨진 과학의 힘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속속 밝혀지면서 김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는 주요 연구 성과들을 발표했다. 김치종균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김치종균이란 김치 발효를 촉진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별된 우수한 유산균이다.
우선 연구팀은 항비만 효과를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3년간의 연구에서 김치 섭취 시 비만 유도 동물모델의 체지방이 31.8% 감소했고,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 분석에서는 김치 섭취군의 BMI가 낮고 중년 남성의 비만 발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부산대병원과의 인체시험에선 김치 분말을 3개월간 섭취한 사람들은 체지방이 평균 2.6% 줄었고, 대조군은 4.7% 증가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장내 미생물 분석 결과, 유익균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증가하고 비만 관련 세균이 감소해 김치가 장내 환경 개선을 통해 비만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절임배추 염도 조절 등에 AI 활용 추진
대규모 인체 코호트 분석을 통해 김치 섭취가 이상지질혈증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중앙대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약 6만 명의 성인을 9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김치를 자주 섭취할수록 혈중 지질 지표가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여성은 배추김치를 하루 2~3회 섭취할 경우 중성지방, LDL,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남성은 HDL 수치가 증가했다.
김치의 면역조절 효과도 규명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섭취가 인체 면역세포의 방어 기능은 강화하면서 과잉 면역 반응은 억제하는 조절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scRNA-seq)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과체중 성인 13명을 대상으로 12주간 김치분말을 섭취하게 한 임상 연구를 통해서다. 이로써 김치가 필요할 때는 활성화하고 불필요한 반응은 억제하는 ‘정밀 면역 조절자’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개개인의 입맛에 딱 맞는 김치를 만들 날도 멀지 않았다. 연구팀은 발효 과정에 숨어있는 ‘미생물 3총사’가 각각 정해진 맛을 만들어내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김치의 주요 발효 유산균 3종이 각각 다른 화학물질(대사물질)을 만들어내며 신맛·감칠맛·단맛을 비롯해 김치의 고유한 풍미를 형성하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김치의 맛이 단순 양념뿐 아니라 발효에 참여하는 미생물의 선택과 조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소비자 기호나 수출 대상국 입맛에 맞춘 김치를 개발하고, 일정한 맛 품질을 유지하는 산업용 김치를 만드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김치의날 맞아 ‘위킴 페스티벌’ 열어
세계김치연구소는 AI 기반 푸드테크 기술을 도입해 김치산업의 품질관리 혁신과 생산성 향상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배추의 중량과 부피를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활용하면 배추의 크기·무게 변동으로 인한 김치 품질 편차를 줄이고, 절임 배추의 염도 조절과 계획 생산이 가능해 제조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김장철 불량 고춧가루도 AI로 잡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불량 원료의 혼입 비율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면서도 시료를 손상시키지 않아 수초 내 판별이 가능하고 김치 원재료 품질관리, 수입 고추의 위조 판별, 식품 안전 관리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활용될 수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제6회 김치의 날 기념식 축하공연. [연합뉴스]
한편,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날’을 맞아 김치를 주제로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자리도 준비했다. 21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된 ‘제3회 위킴(WiKim·World Institute of Kimchi) 페스티벌’이다. 이날의 주제는 ‘과학기술과 문화가 빚는 K-김치의 미래’로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이 ‘김치 종주국의 미래’, 송길영 마인드마이너가 ‘빅테이터로 읽는 K-푸드 대표주자, 김치’, 조승연 작가가 ‘인류 문명의 중심이 된 K-김치문화’, 엑소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세계인의 수퍼푸드 김치의 과학 이야기’를 강연했다.
장해춘 소장은 “김치는 음식이자 문화이며 과학기술이 확장해나갈 새로운 미래”라며 “과학기술 기반의 핵심 연구에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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