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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직장서 도보 3분 건강 톱 3 지역을 가다.

한문역사 2025. 12. 13. 10:47

집·직장서 도보 3분… 건강 톱3 과천·강남·서초엔 양재천 흐른다

[대한민국 건강 지도] [5] 건강 톱 3 지역의 숨은 비결

입력 2025.12.12. 00:58업데이트 2025.12.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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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양재천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장련성 기자
그래픽=김현국

1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지하철 구룡역 인근 양재천은 고요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갈대숲 사이로 퍼져나갔다. 다리 아래 공터에는 50·60대 주민 10여 명이 스트레칭에 한창이었다.

2025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시간이 흐르자 양재천의 모습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정오가 되자 인근 오피스 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커피를 손에 들고 산책로를 채우면서 시끌벅적 해졌다.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거나 홀로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45)씨는 “점심 먹고 10분만 걸어도 머리가 맑아진다”며 “회사 바로 옆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유모차를 끄는 부부와 퇴근한 주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벤치에 앉은 시민들이 노을을 감상했고, 하천변을 따라 걷는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 과천에서 온 이진구(37)씨와 성현정(33)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다”며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자주 찾는다”고 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양재천은 과천, 강남·서초구 주민들이 언제든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기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양재천이 생활 건강에서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한강공원 같은 도심 공원들은 대형 간선도로나 나들목을 통과해야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양재천은 주거지와 업무 지구에서 도보 3~5분이면 진입 가능하다. 강남구 주민 이모(55)씨는 “집 문만 열면 바로 산책로라 아침저녁으로 심심하면 나온다”며 “매일 찾는데도 매번 이런 ‘보물’이 어디있나 싶다”고 했다. 주변 공원과 산책길이 모두 양재천과 연결돼 있어 주민들은 “동네 길을 아무렇게나 걷다 보면 결국 양재천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도곡·매봉·학여울역 등 지하철역과 촘촘히 연결된 점도 유동 인구가 몰리는 요인이다.

양재천을 다른 하천과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는 물가에서 제방 상단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3단 구조’다. 하단 도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고 중간 도로는 자연형 보행로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상단 도로는 유모차와 노약자도 편히 걷는 평지 산책로다. 시민들이 이용 목적이나 보행 속도에 따라 서로 방해받지 않고 양재천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이다.

 

양재천은 산책로를 넘어 ‘광역 교통망’ 역할도 수행한다. 탄천을 거쳐 한강과 인천 아라뱃길, 남양주 능내역까지 이어지는 양재천 자전거 도로는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의 성지다. 직장인 강민수(36)씨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페달을 밟으며 출근하는 것이 나의 건강 비법”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신동준(18)군은 “입시가 끝나 마음 편히 걸으러 나왔다”며 “학교 다닐 땐 이 길을 따라 등하교를 했고,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한강까지 걷곤 했다”고 말했다.

계절마다 풍광이 달라지는 것도 양재천의 큰 매력이다. 여울과 모래톱, 저습지 등 다양한 수변 환경을 조성했고, 계절마다 다른 꽃과 풀을 촘촘히 심었다. 10년째 이곳을 기록 중인 사진작가 이학영(83)씨는 “봄의 벚꽃부터 여름의 버드나무,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눈꽃까지 도시에서 계절의 변화를 이토록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드물다”고 했다. 양재천과 함께 ‘양재천길’ 상권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카페·식당·공방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젊은층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양재천은 1995년 복원 당시부터 철저히 ‘자연형 하천’을 표방했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참고했다면, 이제는 일본 지바현이나 미국 오리건주(州) 포틀랜드 등 해외 도시들이 양재천 모델을 연구하러 오는 ‘역(逆)벤치마킹’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할 뻔했던 하천이 30년 만에 주민의 건강과 생활 양식을 바꾸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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