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의 시시각각] 보수 망치는 벼락출세 DNA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첫 배지를 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중앙 정치 경력은 채 4년이 안 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24년 10월 어느 만찬에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끈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한 뒤 꼭 6개월 된 때다. 그때만 해도 그는 한 대표의 오른팔, 수석최고위원이었다. 당의 상징 색인 강렬한 붉은색 니트, 초면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너스레가 인상에 남아 있다. '총선 참패에 분명한 책임이 있는 한동훈이 자숙 없이 대표로 컴백한 이유'를 묻자 그는 "다음 대선에 바로 도전할 생각이라면 지체 없이 돌아오는 게 맞다. 내가 건의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랬던 '한동훈의 호위무사'는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국민의힘의 대표 자리를 본인이 꿰찼다. 그토록 보호막을 쳤던 한동훈과는 원수 같은 사이가 됐다. 계엄과 탄핵, 보수 몰락과 반탄의 세력화 소용돌이 속에 보수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의 등에 올라탄 결과였다. 보수 정치사에 손꼽히는 벼락출세 드라마다.

그 1.5선 대표의 입이 이제 보수 진영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1심 판결에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맞서며 "(윤과의) 절연을 앞세우는 세력이야말로 단호히 절연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절연은커녕 사실상 '윤 어게인'을 표방한 회견문을 몇 번이나 읽었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지키기 위해 선거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등 곳곳에 녹아 있는 윤석열의 흔적에 몸서리가 쳐졌다.
■ 벼락출세에 몰두하는 보수 진영
윤석열식 한탕주의 영향 아닌가
'모 아니면 도' 대신 내공 쌓아야
「
」
이런 비상식적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어차피 지방선거 승리는 포기했으니 강경 보수 리더로서 위상이라도 굳히자는 심보인가. 중도층 확장은 틀렸으니 '애국 시민'의 대장 노릇이나 하면서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생각 말이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듯 혹시나 "졌잘싸"라고 우길 수 있는 결과라도 나오면 대표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생명 연장의 꿈을 꿨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보수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나만 살면 된다는 욕심을 앞세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발상은 그의 얕은 정치 경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벼락출세 코스를 달린 그로선 '모 아니면 도'에 정치 생명을 걸어도 잃을 판돈이 별로 없다. 내공이든 음덕이든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별로 없다 보니 한탕을 노려 횡재하면 좋고, 그게 아니어도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을 했을 법하다.
벼락출세는 장 대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 정반대 편에 서 있는 한 전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미국 변호사 자격도 있고 영어도 잘해 국제 기준에 맞는 법무행정 현대화에 가장 적합하다" 등의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에 전격 발탁됐다. 그러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재차 발탁되면서 2023년 말 입당했으니 정치 경력은 장 대표보다 더 짧다. 팬덤도 좋고 라방도 좋고 북콘서트도 다 좋다 치더라도, 한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진짜 보수론'만큼은 적잖이 마음에 걸린다. 보수 진영 내부엔 한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이 꽤 많다. 한 전 대표보다 훨씬 오랫동안 보수의 뿌리를 지탱해온 이들이 졸지에 '가짜 보수'로 내몰린다면 그 심경은 어떻겠는가. "두꺼운 뿔테 안경을 벗고, 절이나 기도원에 들어가 ‘왜 정치를 하는가’부터 생각했으면 한다"(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는 조언도 흘려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보수 진영 벼락출세의 압권은 윤 전 대통령이다. 그가 탄핵당한 뒤 했다는 "어차피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란 말엔 설익은 지도자를 선택한 폐해가 가장 참담하게 담겨 있다. 현재 보수가 겪는 고초는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를 학습하지 못한 사람을 무턱대고 옹립한 결과다. 내공 쌓기 대신 '윤석열도 했는데 나는 왜 못 하나'라는 한탕주의가 횡행하는 한 보수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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