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의 신노인 산책] 꽃과 잉어, 그리고 늙은 나

꽃의 생명은 한순간이다. 꽃 중의 꽃이라 할 벚꽃도 금방 진다. 피면 한없이 아름답다. 사람들은 때맞춰 나들이를 즐긴다.
벚꽃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그러나 꽃은 며칠 못 버티고 떨어진다. 땅바닥에 하얀 꽃잎이 널브러지면 밟고 지나가기가
민망하다. "왜 이토록 꽃의 생명은 짧을까"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활짝 핀 꽃은 슬프다. 곧 질 것이기 때문이다. 벚꽃 만이 아니다. 좀 오래 피는 꽃도 간혹 있지만, 모든 꽃의 생명은 짧다. 그게 꽃의 운명이다.
건강하고 씩씩한 젊은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나의 집 창문으로는 잘 가꾸어진 신천 산책로가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청년들이 반바지에 캡을 쓰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이라는데, 노인들의 모습은 보기 드물다. 노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많은 노인들이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앉았거나, 요양시설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AI에게 물어보니 2026년 5월 현재 전국적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계시는 노인은 약 24만 명이나 된다.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덜 보이는 것은 이처럼 돌아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허릿병 때문에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모든 생명현상은 꽃과 같다. 꽃이 피었다 지듯, 생명은 시간이 되면 사라진다.
꽃은 지지만 다음 해에 또 핀다. 그러나 그 꽃은 지난해의 꽃이 아니다.
강물이 끝없이 흐르지만, 뒤이어 오는 물은 지나간 앞의 물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현상은 흐른다. 꽃의 생명이 유한하듯, 청춘도 잠깐이고 영겁의 시간으로 보면 우리의 삶도 찰나다.
신천에는 물고기가 많이 산다. 조금 물이 깊은 곳에는 떼 지어 논다. 산책 나온 사람들은 모이를 던져 주면서 그 모습을 즐긴다. 그 잉어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오늘 저곳에 노니는 잉어는 몇 년 전 그 자리에서 놀던 잉어가 아니다. 늙은 잉어는 수달에 잡혀먹혔거나 수명이 다해 죽었고, 어린놈이 자라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터이다. 그래도 우리 눈에는 그 물고기가 그 물고기로 보인다. 사람 세상도 마찬가지다. 신천의 산책길을 달리는 사람은 세월 따라 딴 사람으로 바뀐다. 항상 있는 것 같지만, 항상 변한다. 유식한 말로 무상(無常)이다.
그런데, 그 많은 잉어를 볼 때마다 나는 '쟤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산란철에는 냇가 쪽에서 한바탕 소란을 떨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한없이 심심해 보인다. 사람처럼 먹고살기 위해 바둥댈 일도 없다. 그냥 아가미를 들썩이며 플랑크톤을 먹는 일 말고는 하는 일이 없어 보인다. 어쩌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노는 잉어를 보면 외로워 보인다. 늙어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들어가는 꽃은 쓸쓸하다. 한가하게 노니는 잉어들도 권태롭다. 사람이라고 다를 것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 우기며, 인간은 예외라고 고집을 부리는 억지는 어디까지나 억지다.
생로병사의 사슬 속에 모든 생명은 살아간다. 그러나 물고기나 꽃과 달리,
나는 늙어서도 매일 사소한 일정을 짜가며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 계획이 이뤄지는 기쁨에 고마워한다.
조금씩이나마 읽고 쓰기도 한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위한다. 아직은 그렇다.
김상태 신노인운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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