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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낮으로 핸드폰 충전하듯이,마음도 수행으로 충전합시다.

한문역사 2026. 5. 22. 20:41

매일 밤·낮으로 핸드폰 충전하듯이… 마음도 수행으로 충전합시다"

충주 석종사 조실 혜국 스님 '부처님오신날' 특별 인터뷰

입력 2026.05.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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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충주 석종사에서 만난 혜국 스님은 "지금 여러 문제로 고통스러울지라도 인간이 이겨내지 못할 고통은 지구 상에 온 일이 없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부처님오신날(24일)을 앞둔 산사(山寺)엔 녹음이 푸르렀다. 지난 18일 충주 석종사에서 만난 조실 혜국(78) 스님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여전하시다’고 여쭙자 “얼굴에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실패작’”이라며 웃었다.

제주 출신인 혜국 스님은 열세 살 때인 1961년 해인사로 출가해 65년 세월 동안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파고드는 수행법) 수행에만 매진했다. 손가락을 불태우는 소지(燒指) 공양 등 간절하고 치열한 수행으로도 잘 알려졌다. 2001년에는 충주의 폐사지에 석종사를 창건해 선원과 시민선원, 템플스테이까지 갖춘 대찰(大刹)로 일궜으며 도반(道伴)들과 함께 간화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혜국 스님은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스럽겠지만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또한 겨울을 이겨내지 않은 꽃은 향기가 없다. 어떤 고통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출가하신 지 만 65년입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계는 격세지감을 느끼지요. 다만 부처님이 말씀하신 ‘시간이 없는 세계’에서 보면 그때의 법(法·진리)이나 지금의 법, 도(道)는 그대로입니다. 항상 여여(如如)한 것이니 보는 안목에 따라 달라지겠죠.”

-출가 당시 수행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성철 큰스님 같은 분을 모시고 살다 보면 날마다 충전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나가는 모습을 보거나 어쩌다 말씀 한마디 들으면 그 자체로 충전이 됐습니다. 신심(信心)이 나고, 없던 신심도 또 나고 그랬습니다. 요즘 공부하는 분들에게 저는 ‘휴대전화 충전하듯이 공부 충전해보라’고 해요. 그러면 공부 안 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휴대전화 충전하듯 마음공부하자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휴대전화 충전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요. 절에서도 휴대전화 잃어버렸다고 방송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화두 놓치고 휴대전화 찾듯이 간절히 찾아달라는 분은 못 봤어요. 휴대전화 챙기듯 화두 챙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자기 할 거 다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화두를 챙기려 하니 수행이 삶 전체가 될 수 없습니다. 옛 스님들은 전체를 텅 비우고 삶 전체를 바쳤지요.”

-스님은 소지 공양을 비롯해 치열한 수행을 하셨는데요.

“당시에는 전부를 다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함정이었어요. 빨리 이루어야겠다는 욕망을 한쪽 공간에 채워 놓고 있었던 거죠. 그냥 나를 탁 버리고 도(道)에 인생을 바친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연비(燃臂) 같은 건 약한 사람이 하는 거지, 정말 강한 사람은 그 힘으로 그냥 봐버려요.”

 

-2001년 석종사 창건 후 25년 동안 스님들과 일반인의 참선 수행을 지도하셨는데요, 어떤 보람을 느끼시나요.

“선방(禪房)부터 만들고 법당은 나중에 지었지요. 시민 선방도 운영하면서 참선을 지도했고요. 그렇지만 선(禪)의 입장에서 볼 땐 보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같아요. 사람들이 변하고 안 변하고는 그들의 몫이지 나는 내 할 일만 다하는 게 도입니다.”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70~80년 전 인사는 ‘아침 자셨습니까’였어요. 하루 세 끼 밥만 먹으면 만족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행복한가요? 30~40년 전에는 민주화가 목표였고 지금 상당히 민주화가 이뤄졌지요. 지금 만족합니까? 행복합니까? 바깥으로 이루려고 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내 마음이 달라져야 합니다. 내 마음을 변화시킬 때만이 진정한 평화와 진정한 행복이 옵니다. 밖의 조건, 남을 변화시키려면 싸움이 돼버립니다.”

-사람들은 스님께 어떤 고민을 털어놓나요.

“노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자식에 대한 섭섭함 같은 것을 말씀합니다. 저는 ‘당시 모든 것을 바치며 정성을 다한 에너지는 아들, 손자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살님이 노력한 것만 보지, 저쪽에서 변하고 안 변하는 것은 보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요.”

 

-중년 세대는요?

“퇴직 후 걱정이 많아요. 저는 ‘오늘만 생각하라’고 합니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미리 100번, 1000번 걱정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퇴직 후 걱정은 퇴직한 다음에 하자는 것이죠. 제일 문제는 젊은이에요.”

-젊은이들은 어떤 고민을 이야기합니까?

“경쟁을 힘들어합니다. 그 경쟁 중에는 여자 친구를 사이에 둔 경쟁도 있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전혀 고민거리가 아닌 것도 많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네 길은 너 혼자만의 길이 아니다. 네 DNA에는 부모님을 비롯해 몇 십억 년 조상들이 다 있기 때문에 그분들을 모시고 가는 길이다.’ 그런데, 잘 못 알아듣는 거 같아요.”

-절에서도 세대차를 느끼시나요?

“그럼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부처님이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늘 나를 지켜보는 분으로 여겼어요. 그래서 새벽 2시에 일어나 예불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지요. 예불 시간이 되면 부처님께 하소연하기도 하고, ‘부처님이시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시렵니까?’ 여쭙기도 했죠. 무릎 꿇고 내 모든 감정, 고민, 번민을 땅바닥에 내려놓으면 감정이 내려가면서 새로운 답이 보여요. 요즘은 부처님을 나무로 깎아놓은 조각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대화가 안 되는 거죠. 나를 지켜보는 분으로 보면 대화가 되지만, 조각상으로만 보면 그저 조각상일 뿐이에요.”

-곧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정치인들 많이 찾아올 텐데 무슨 이야기를 해주시나요.

“과거 문재인 전(前)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오신 적이 있어요. 그때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나는 5년만 잘해 달라고 투표한다. 딱 5년만 맡겼는데 마치 전체를 맡긴 것처럼 과거 파고, 미래 (계획) 세운다고 하다가 5년을 잘 살다 가는 분을 못 봤다. (지나가고) 없는 과거, 오지도 않은 미래 한다고 5년 세월 다 보내더라.’ 그랬더니 ‘좋은 말씀 들었다. 정말 잘하겠다’고 하셔요. 그런데 꼭 같더군요. 정치인들은 제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속세는 주식시장, 노사 문제 등이 있습니다.

“스님들 사이에서도 농담으로 ‘우리도 주식 해볼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 열풍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설사 몇억, 몇십억을 벌었다 해도 자기 인생을 놓치면 그 돈은 자기 돈이 아닙니다. 간화선의 입장에서 보면 이 방이나 저 방이나 다 같은 허공일 뿐입니다. 기업과 노동자도 한 생명입니다. 둘 다 살아야 합니다. 내가 살려는 것보다 ‘저쪽이 살아야 나도 살 텐데’ 하면서 저쪽을 먼저 살리려는 생각을 하면 저쪽 역시 ‘아, 저쪽이 살아야 내가 살 텐데’ 할 것입니다. 서로 상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평생 가르친 무아(無我)라는 것이 그냥 내가 없다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 무아 사상이 상생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뜻은 무엇일까요?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부처님은 이 땅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려 오셨습니다. 지금 환한 대낮인데 우리 마음은 깜깜한 어둠입니다. 어둠은 빗자루로 쓸어낼 수 없습니다. 등불을 밝히면 어둠이 없어집니다. 지혜의 등불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당장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을 잘 소화하고, 가정과 주변에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싸운 사람들과 관계를 푸는 것, 그런 것들이 바로 지혜의 등불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주=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