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었다 넘기면 큰일, 어지럽고 힘빠지는 열사병 주의
- 입력 2026.06.04 08:52
- 수정 2026.06.04 08:53
한여름 건강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응급실을 찾는 온열질환 환자도 크게 늘어난다.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최근엔 폭염이 길어지고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열사병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몸은 땀을 흘리고 피부 혈관을 확장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주변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습도가 높아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하면 체온 조절 기능이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중증 온열질환이 바로 열사병이다.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 자체가 무너진 응급질환"이라며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의식 저하나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주로 폭염 속 야외 활동 중 발생한다. 한낮에 장시간 농사일을 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는 경우, 군사훈련이나 마라톤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위험이 높다. 에어컨이 없는 실내나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 뜨거운 차량 내부 역시 위험한 환경이다.
노인은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탈수가 쉽게 발생하고,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하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열사병 위험군에 속한다.
열사병은 대부분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극심한 피로감, 메스꺼움 등이 생긴다. 이후 체온이 계속 오르면 의식이 흐려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이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심한 경우 경련이나 의식 소실로 이어진다.
흔히 땀을 많이 흘리지 않으면 열사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전통적인 열사병에서는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운동 중 발생하는 열사병은 땀을 많이 흘리는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체온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 환자를 즉시 그늘이나 냉방 시설이 있는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풀어 체열이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쐬게 하고, 피부에 물을 뿌려 증발을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얼음 주머니나 차가운 물수건을 대면 체온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서 교수는 "의식이 떨어진 환자에게 억지로 물이나 음료를 먹이는 것은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의식 저하가 있거나 반응이 느리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는 중심체온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면서 수액 치료와 산소 공급, 냉각 치료 등을 시행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급성 신장 손상, 간 기능 이상, 횡문근융해증, 다발성 장기부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 예방 수칙 5가지
✔ 가장 더운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 야외 활동 줄이기
✔ 갈증이 없어도 물 자주 마시기
✔ 밝고 통풍이 잘되는 옷 입기
✔ 장시간 야외 활동 시 30분~1시간마다 휴식하기
✔ 노인·어린이·만성질환자는 주변에서 상태 수시 확인하기
서민석 교수는 "열사병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며 "어지럽거나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무리하지 말고 즉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폭염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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