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스트롱] 여든다섯에도 욕심나는 게 있다면 '운동화'라오
2025 서울하프마라톤 최고령 참가자 정만영씨

서울 강동구 일자산 제2체육관 헬스장. 정만영(85)씨가 러닝화 끈을 조여 묶었다.
여든을 넘긴 지금도 그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에 온다.
웨이트트레이닝 1시간, 러닝머신 1시간.
운동을 마치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건 결국 스스로 생활하는 겁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열린 ‘2025 서울하프마라톤’ 최고령 참가자였다.
당시 84세였던 그는 10㎞ 코스를 1시간 22분 27초에 완주했다.
완주 뒤에도 “10㎞ 정도는 뛰어도 무릎에 느낌도 없다”며 웃었다.
지금은 기록보다 몸 관리가 먼저다.
“무리하면 안 돼요. 오래 움직이는 게 중요하지요.”
고령자에게 운동은 취미를 넘어 독립적인 생활을 지키는 수단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균형 감각이 줄고, 낙상 위험도 커진다.
정씨가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함께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고, 유산소운동은 심장과 폐를 붙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몸이 움직여줄 때 움직여야지요. 가만히 있으면 금방 굳어버려요.”
인터뷰 내내 그는 이면지를 잘라 만든 메모지를 꺼내 보였다.
‘주어진 고통은 괴롭지만 스스로 선택한 고통은 즐겁다.’
‘저물 때 빛나는 노을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면 러닝을 멈추지 않으리.
’ 운동 기록이라기보다 삶의 원칙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그중에는 ‘건강한 노년, 행복한 인생’이라는 문장도 있었다.
러닝을 시작한 것은 마흔다섯 무렵이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새벽마다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갔다.
처음엔 걷기만 했다. 그러다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따라 뛰기 시작했다.
“양복 입고 출근할 것 같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같이 뛰어본 거예요.”
이후 달리기는 그의 생활이 됐다.
은퇴 뒤 마라톤 대회에 나섰고, 1998년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여의도광장에서 출발해 천호대교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기록은 4시간 40분.
“그땐 겁도 없이 뛰었어요. 힘든 줄도 모르고 그냥 따라 뛰었지요.”
70대 중반까지 그는 풀코스를 20회 완주했다.
하지만 일흔여섯 무렵부터는 몸의 변화를 인정했다.
지금은 하프나 10㎞ 정도만 뛴다.

운동 원칙은 단순하다. 무리하지 않는 대신 꾸준히 하는 것.
일주일에 세 번 헬스장에 와서 러닝머신 속도를 7.5에서 8.0으로 조절한다.
“항상 70~80%만 한다고 생각해요. 운동도 과하면 몸이 싫어하거든요.
” 생활도 규칙적이다. 밤 10시면 잠들고 아침 6시면 일어난다.
식사는 잡곡밥에 생선, 찌개 정도면 충분하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다.
대신 운동화만큼은 꼼꼼히 고른다.
“무릎이 중요하거든요. 이 나이에 욕심내는 게 있다면 운동화예요.”
1941년생인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마흔다섯 살 무렵, 공직 사회를 뒤흔든
숙정 조치 속에서 공무원직을 잠시 떠나 있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후 복직해 정년까지 마쳤지만 그는 그 대목에서 말을 삼켰다.
“그때 마음고생이 좀 있었어요. 복잡하면 그냥 뛰었지요.
뛰고 나면 잡생각이 없어져서 마음이 정리돼요.
” 40대 가장이 마주한 막막함을 그는 새벽 운동장 트랙 위에서 땀으로 씻어냈다.
달리기는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 버팀목이었다.
정씨가 러닝머신 위에 올라섰다. 속도를 7.5에 맞췄다.
기계가 돌아가자 그의 발도 리듬을 되찾았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렸다. 기록을 향해서가 아니라,
아직 하루를 건너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듯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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