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학술지, 고혈압 관리 1등으로 '한국' 꼽았다
랜싯, 한국의 혈압관리 성공 비결 게재

논문 영향력 지수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이 6월 6일 자로 ‘한국의 고혈압 관리 성공 스토리’를 실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혈압 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정부·학회·제약 산업이 함께 만든 공중보건 성공 사례로 평가했다. 세계 최고 학술지가 한 나라를 콕 짚어 질병 관리를 칭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랜싯은 전 세계 성인 약 17억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지만 실제 혈압이 잘 조절되는 사람은 20%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은 ‘기적의 약’이 아니라 ‘좋은 시스템’으로 환자의 혈압을 치료 목표 내로 이끄는 혈압 조절률을 62%까지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는 세계 1등 수준으로, 일본만 해도 조절률이 40%대에 머물러 있다. 20년 전 우리나라는 혈압 조절률이 약 5% 수준이었다.
랜싯이 꼽은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소금 섭취 줄이기’다. 한국인은 짠 김치, 라면, 국물 음식 등을 많이 먹으며 나트륨 섭취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보다 2.4배 높았다. 그런데 10여 년 전 싱겁게 먹기 언론 캠페인과 국가 나트륨 저감화 계획이 시행되면서 가공식품 염도를 낮추고, 저염 김치가 나오고, 나트륨 농도 표시가 강화되면서 소비자 인식이 싱겁게 먹기로 바뀌었다.
랜싯은 ‘김치 냉장고’를 혈압 관리 공신으로 봤다. 과거에는 김치를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을 많이 넣어야 했지만, 김치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소금을 덜 넣어도 보존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덕에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1년 약 4789㎎에서 2023년 3136㎎ 수준으로,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랜싯은 “한국은 인구 전체 소금 섭취 감소를 보여준 몇 안 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고혈압은 조기 진단, 약물 투여, 추적 관찰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병이다. 랜싯은 국민건강보험 덕에 누구나 병원·의원 외래에서 고혈압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고, 고혈압 약값 부담도 적다고 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의사가 고혈압 진단, 처방하고, 약국은 조제를 담당하면서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결과를 낳았다. 환자와 의사가 자주 만나는 의료 환경 덕에 ‘혈압 조절의 연속성’을 이룰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하는 고혈압 적정성 평가 사업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고혈압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지, 재방문하는지 등을 추적 관찰하여, 이를 잘 실천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한국인의 70~80%가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본인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사람을 빨리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랜싯은 약물 치료 전략도 주목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약 60%가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칼슘채널 차단제 등 두 가지 이상 약을 병용하는 복합 치료를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두 성분을 한 알로 만든 복합제를 사용한다. 이는 혈압 조절을 효율적으로 하고, 환자가 약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다. 랜싯은 복합제 약값이 1000원 이하로 싸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매년 팩트시트(Fact Sheet)를 발표해 정책 담당자와 의사, 언론 등에 ‘혈압 성적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혈압 환자 치료율을 높이고, 조절률 향상에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만성콩팥병, 치매까지 이어지는 각종 질환의 출발점이다. WHO는 “고혈압이 인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로 꼽는다. 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년내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혈압 관리는 저염식 환경, 검진, 정기 진료, 처방 질 관리, 복합제 활용 등이 잘 짜인 생태계에서 이뤄진다”며 “모든 국민이 고혈압을 조기에 인지하고, 목표 혈압까지 적극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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