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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마음을 살리기 위한 腦 훈련이다.

한문역사 2026. 6. 12. 14:41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에는 뛰러 나가는 것이 귀찮고 싫더라도 일단 뛰기 시작하면 마음이 개운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마음은 머리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왜 다리를 움직이면 마음이 덜 무거워지는 것일까? 뛰고 나면 몸은 힘든데 왜 마음은 가벼워지는 것일까?

우울한 뇌는 미래를 좁게 본다. 뇌의 정보 처리 방식과 신경회로 변화로 일어나는 문제다. 먼저 우울한 뇌 안에서는 보상회로의 활성이 훨씬 적게 일어난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하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의 기쁨을 예측하는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 영역에서 도파민 분비가 더 적게 일어나는데, 이때문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다. 미래를 상상할 때 나오던 보상 신호가 줄어드니 뇌는 미래를 ‘가치 없는 것’ 또는 ‘피해야 할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다음으로 우울한 뇌는 위험을 감지하는 경보장치 역할을 하는 뇌 안의 편도체(Amygdala)를 제어하고 조절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의 연결성이 약화된다. 어디서나 항상 ‘위협’을 감지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브레이크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볼 때 뇌는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나쁜 일이 생겨 나를 해칠까’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울한 뇌는 새로운 경험으로 기억을 업데이트하는 해마 주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다운 레귤레이션(down-regulation) 되어 있다. 원래라면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건설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는 뇌 안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루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즉, 뇌 안에 새로운 경험이 들어가지 못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는 계속 얽매인다. 뇌의 예측 시스템이 미래를 점점 더 어둡고 제한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우울한 뇌는 오늘의 무기력이 내일도 계속될 것처럼 예측한다.

달리기의 힘은 바로 이 예측을 흔드는 데 있다.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뇌는 아주 작은 반증의 사례를 만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던 자신과 미래에 대한 예측에 대해 몸이 먼저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달릴 때 뇌는 몸에서 올라오는 신호를 다시 해석한다. 빨라진 심장박동은 위험 신호가 아니라 움직임의 신호가 되고, 가쁜 호흡은 공포가 아니라 더 뛸 수 있게 하기 위한 리듬이 된다.

달리기하는 뇌는 움직이는 몸이 뇌에 보내는 생화학적인 메시지를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뛰기 시작한 후 처음 5분 동안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량을 늘리고, 흥분과 각성을 담당하는 노르에피네프린 계열의 카테콜아민을 분비한다. 이때 뇌의 전측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섬엽(insula)은 잽싸게 행동의 노력 비용을 계산하고 보통은 ‘몸이 무겁다, 뛰기 싫다’는 쪽으로 일차적인 비용-편익 계산서를 발행한다. 그래도 계속 뛰면 5~15분 사이에 서서히 뇌혈류량이 증가하고, 도파민도 더 많이 분비되며 뇌의 흥분과 각성 상태는 더 올라간다. 이때까지도 뇌는 ‘힘들다, 그만두자’ 쪽으로 에너지 소모량을 아끼고 줄이자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15~45분 정도까지 계속 뛰면 뇌는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 때문에 한정된 대사 자원을 운동과 균형 감각 등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몰아주고, 일시적으로 전두엽의 기능을 낮추는 선택을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때 우리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45분 이상 중고강도로 뛰게 되면 아난다마이드라 불리는 엔도카나비노이드의 혈중 농도가 상승하고 뇌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불리는 행복감 증가와 불안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달리기는 뇌를 갑자기 행복하게 고치는 마법 같은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발걸음이 뇌라는 토양을 서서히 바꾸어 가는 과정일 뿐이다. 달리기하는 동안에 뇌에는 평소에는 분비되지 않던 많은 물질이 근육과 혈관, 온몸에서 분비되어 전달된다. BDNF와 같은 신경성장인자, IGF와 VEGF 같이 신경가소성을 회복시키는 신경영양인자들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신경 세포도 자라나고 뇌의 해마와 전전두엽, 보상계와 스트레스 회로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게 뇌 안의 환경이 변화해 가는 것이다.

달리기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처리가능한 신호’로 바꾸고, 일종의 스트레스·불안 백신처럼 그것을 더 잘 버틸 수 있게 뇌를 훈련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마인드마라톤 행사와 같이 여럿이 함께 달리는 순간을 경험할 때 뇌는 ‘내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 이는 정신건강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함께 달린다,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 나의 움직임이 누군가 다른 이와 연결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미감은 뇌 안에서 자기효능감을 올려주고 보상계의 반응성을 바꾼다.

달리기는 뇌가 몸을 통해서 다시 세상을 덜 위협적으로 해석하도록 배우는 과정이다. 몸을 움직이면 뇌는 세상을 다르게 해석한다. 아직 더 좋게 바뀔 수 있는 곳으로, 내가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는 곳으로. 달리자, 우리의 뇌를 위하여,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기 위하여.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