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21일은 하지(夏至)입니다. 24절기 중 10번째 절기로, 1년 가운데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태양 주위를 1년 동안 공전하는데, 하지에는 북반구에서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아집니다. 그래서 해가 가장 오랫동안 떠 있는 거고요.
하지만 이날을 경계로 낮의 길이는 다시 짧아집니다.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에는 주인공이 하지의 속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낮이 짧아지고 겨울로 향하게 되네.” “하지는 한 해의 정오이자 절정이야. 이때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되지.”
하지는 여름의 한복판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하지 다음 절기가 소서(小暑)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몰려올 테지만, 하지를 기점으로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에서 오묘한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연은 한여름의 뜨거운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다음 계절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입니다. 거대한 순환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면서 자연은 결코 정점에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가장 높이 올라간 그 순간에 이미 아래로 내려갈 채비를 시작합니다.
이 같은 자연의 순리와 달리 인간은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자리를 계속 움켜쥔 채 내려가지 않으려고 욕심을 부리곤 합니다. 가득 차면 다시 비워내는 자연의 지혜를 배우지 못하고 과도한 집착과 탐욕에 빠진 나머지 삶의 균형을 잃고 스스로 망가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인데도 이를 망각하곤 합니다. 물러설 때가 됐는데도 정상에 머무는 시간을 억지로 붙들고 버티다 기회를 놓쳐 결국 추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같은 어리석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살면서 내려가야 할 때를 알고, 그때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무조건 상실과 실패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갈 날이 오니까요.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를 기점으로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듯, 내리막은 다음 상승을 위해 힘을 비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 삶에는 끝없는 오르막도, 영원한 내리막도 없는 법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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