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내게 검찰을 돌려 주세요

범죄 피해자가 된 지 7년째다.
2019년부터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스토킹 및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2021년 11월부터 가해자를 형사 6회, 민사 1회 고소했다.
가해자는 수감된 후에도 음란물을 그린 편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지속했다.
검찰 보완 수사권 폐지 논란을 보고 있자면 ‘내가 세금 내고 이용 중인 법률 서비스를
왜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없애버린다는 건가’ 싶어 울화가 치민다. 수사란 법리적 판단을 포함한다.
스토킹이나 디지털 성폭력처럼 미비점 많은 신생 법률이 적용되는 범죄일수록
법리를 더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그간은 검찰이 피해자를 위한 무료 형사 변호사 역할을 해 왔다.
경찰이 법리에 어두워 잘못 판단한 사건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재판단하곤 했다.
겪은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첫 소송 때 가해자가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당장 빨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다”는 내용으로 일베에 수차례 글을 올린 행위를
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으로 고소했더니 경찰은 “‘섹시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외모나 언행에 성적 매력이 있다’는 뜻이라 고소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모욕죄를 불송치했다.
소송 초보 때라 불송치가 뭔지도 몰랐고, 이의 신청할 생각도 못 했는데 검찰이 알아서 모욕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는 검수완박 초기였기에 피해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형사 사법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스템은 차근차근 무너졌다.
수사 과부하로 지친 경찰은 고소장도 받아주지 않고 다른 부서에 얘기하라며 뺑뺑이를 돌린다.
출소를 앞둔 가해자가 기소되길 애타게 기다렸으나
검찰이 거듭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 애를 태운 적도 있다.
수사도 수사지만 공판의 질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검찰 개혁 여파로 베테랑들은 사직하거나 특검 등에 차출되고,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의 표현처럼 ‘학도병’들로 근근이 유지하는 지방의 검찰청일수록 사태가 심각하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공판검사의 역할이건만,
피아(彼我) 구분 못 하는 학도병에게 “‘저희’ 재판장님이 좋아하지 않으셔서…”, “높이 구형했다
법원이 깎으면 곤란하다” 같은 말을 듣고 있자면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아 참담하다.
어느 변호사는 “피고인 변호할 땐 검사가 무서워야 정상인데 법정에 초임들만 있으니 만만하다”고 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검찰청 폐지에 동의한 정치인들은 힘 있는 자신들은 피해자가 될 일이 없고,
피해자가 되더라도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경험자로서 단언하는데 그런 생각은 오만이다.
시스템이 망가지면 아무리 탁월한 개인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오만에는 내일이 없다. 그러니 돌려줘,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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