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임제 선생 필적첩 / 15대손 원섭 소장
백호공 필적 서문
기예를 하늘에서 타고 난 것을 천성이라고 한다. 조금씩 쌓아가는 노력이 없어도 마음으로 깨닫고 정신으로 통하여 자연히 그 지극한 곳에 이르기를 사다리로 절정에 올라 푸른 하늘을 보는것 같이 한다.저 배워서 잘하는 자 를 어찌 천성 이라고 말할수 있으리오.
조련하고 잘 길들이지 아니 하여도 말은 천리를 가고 조탁하지 아니 하여도 구슬의 빛이 성을 연하나니 지분의 아름다움과 붉은 술의 빛이 오희려 서시를 더럽히고 이루를 부끄럽게 만다.
이태백은 시선이요 장욱은 초성이니 모두 천성으로 얻은 사람들이다. 이 두사람이 어찌 깊이 생각하고 공부를 하여 그렇게 귀신을 울리고 용 을 몰도록 잘 하였으리오 바로 하늘에서 타고난 것이리라 .그러나 이태백은 초서에 능하지 못하였고 장욱은 시에 능하지 못했으니 한가지도 능하기 어렵거늘 어찌 두가지를 겸하겠는가?
나의 선조 백호공은 선조때 문장과 시로 세상에서 으뜸이셨다. 특히 오언절구와 칠언절구는
기아에 거침없이 가장 많이올라 당나라 전성시대와 흡사하며 조금도 손색이 없으셨다니 하늘에서 타고나시지 않고는 이와 같을수 있으랴.
내가 어려서부터 어른들께서 백호공의 초서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공이 몰하신지<1587년 6월 4일졸 하심> 200여년이 되었다 그사이 병란으로 불타 글씨 한쪽도 본존것이 없어 걱정을 하였는데 훗날 외손 오씨 가문에 소장된 백호공의 필첩 서문 노촌공의 글씨라 관수하고 공람하였다.
아아 이것은 단지 백호공의 글씨로 공의 시만 초서한 것이리오 그윽히 보니 공의 평일 지기가 시에 있고 필에는 있지 않는것이 아니고 종용, 위관,안진경,조맹부, 등처럼 글씨 만으로
그이름 을 떨친자 같으리오. 이를 영구히 보존하려면 좀과 벌레나 연기 등에 의하여 훼손 됨이 없이 후세 사람들의 보배로 삼고자 한다.
그 필세가 빠르고 날카로우며 손이 움직이는 대로 휘둘러서 멈추거나 빡빡한 휙이 없고 타석이나 마른 등나무 처럼 정성을 들여 가랑비와 산들바람이 함께 조화해 들어가 넘실넘실
활발하게 움직여서 한 무리 하늘의 조화 속으로 곤곤히 흐름에 비할수 있으니 왕희지도 란정회 이후에 스스로 천고의 필법이 됨을 아지 못했을것이다.
이제야 공이 하늘에서 얻은것이 문장과 시 뿐이 아님을 믿겠으니 시선으로 초선을 겸하셨던것이다.
족질 일상이 오래된 상자속에서 공의 필적 묶음을 가지고 새로 꾸미려 하여 나에게 서문을 부탁 하는지라 밝은 창가에 꿇어앉아 삼가 살펴보니 한자 한자 높고도 굳세고 늦춰진 듯 힘차 지난번 오씨댁 소장과 더불어 이본중 일본이라 천지간에 기이한 기운이 가슴속을 밣히니 노촌 께서 어찌 빈말을 하시리오 . 내가 더 품평하지 않고 전에 노촌공 이 말씀한것 을 써 필첩끝에 기록하는 바이다 .
8 대손 기수 삼가 지음
길에서 비를 맞나
산오름 차림을 군복으로 갈아 입고
구름속을 계속 걸어 들어 가는데
은하수를 기울인듯 비가 쏟아지니
많은 봉우리가 씻겨 연 꽃봉오리 되고
말굽아래 흙먼지도 말끔한데
호대가엔 샘물소리 들려오네
가까운 곳에 선방이 있는지
들밭에 송화가루 가득 날리네
보현사 동구에서
절로 선흥이 있음을 깨달아
유람을 하다보니 묘향산에 접어드는데
신령한 바람 귀밑 수염을 나부끼고
가랑비가 먼지낀 행장을 씻어주네
욱어진 숲 새소리 즐거우며
비스듬한 돌다리 위 로 물기운이 서늘하네
푸른 산 끝내 기대에 맞아 떨어져
잠시나마 벼슬살이 서로가 잊네
국진굴
보현사 에서 내원으로 가는 길에 석굴이 있는데 예 부터 전하기 를 금나라 황제가 도망하여
여기에 숨었는데 원나라 군사가 추격하여 그곳에 이르러 그 굴을 파괴 하려하니 부득이 포로 가 되었고 돌위에는 지금도 도끼로 찍은 흔적이 있다.
너의 할아버지는 금나라 궁궐에서 나와
황옥을 타고 담소하며 살았는데,
못난이 손자는 황옥 을 버리고
도망하여 암혈에 와 숨었구나
원나라 병사가 깊이 들어와
굴을 파괴 하려고 하니
슬프다 슬프다 숨을수가 없어서
몸은 포로가 되고 나라마져 망하여
궁궐에는 돌아가지 못하고
원혼이 두견새에 의탁하니
피를 토하고 울어 진달래 꽃에 물이 들고
공산에는 천고에 달만 떠있네
관원 선생을 애도함
관원 선생님 서거를 통곡하네
봉지에서 뛰어난 인재이고
봄 구름이 피어나는 듯한 시와
명마가 달리듯 하는 인사였지
창 을 비껴 잡던 관하의 나날
윤음 을 베풀던 금액의 세월
뛰어난 호걸은 당적할자 없으려니와
신속함은 또 어느 누가 따르리오
관원 선생님의 서거를 통곡하네
술은 즐기시나 광태는 원치않고
현과 사가 한결같이 혼돈하면
세상은 요순시절 다시 와야지
취하시면 온갖 시름 물리치고
깨어나면 세상 걱정 끝이 없소
술항아리 한량없이 많은 저 술
쉬운 여섯 긴 해를 함께 하였네
계용에게 답하다
쑥대밭 세 이랑도 만족하게 여기는데
먼지 세상이 몰라준다고 어찌 말하랴
득실은 하늘에 달리고 분수도 정해 졌으니
잘되고 못됨이 운명이지 사람이 어찌하랴
문 앞에 귀한 손님 끊어진지 오래이고
책상에 월로시 는 보이지 않는다네
대나무 밖 선들바람 낮 꿈 끌어와
금강에서 고깃배로 잠시 놀이 하였네
십년동안 표현히 두목처럼 살았으니
술집의 풍류임을 만인이 모두 아네
방랑생활 지난 자취 이제 모두 꿈이 되고
거문고를 타는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네
문을 닫고 고요하면 온 종일 잠만 자고
친한 벗의 시 몇 편이 참으로 반가워라
그대 보니 관우 장비 기력 생동하니
굴원 가의 의 경지에 기어이 따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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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임제 선생의 한시 친필 사본 을 한글 해석과 함께 일주일에 약 10 수씩 4 개월동안
올리겠습니다. 옛 한 시를 사랑하시는 아이라 님들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창강 임 동 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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