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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삿갓 詩

한문역사 2016. 1. 30. 21:21


김삿갓 詩



시아버지와 며느리



婦嚥其一  父嚥其二  一二不同  其味測同


父嚥其上  婦嚥其下  上下不同  其味測同


父嚥其甘  婦嚥其酸  父酸不同  其味測同



김삿갓이 정처없이 방랑중에 날이 저물어

어느 고래등같은 기와집앞에서


"이리오너라"


고약하게 생긴 중늙은이가 나와하는말

"몸이 불편한 며느리와 단둘이 있어 재워줄수없다네"

괘씸한 마음에 시한수 없을소냐



며느리는 하나를 빨고 시아비는 둘을 빠니

하나와 둘은 다르지만 그맛은 같으리라

시아비는 위를 빨고 며느리는 아래를 빠니


위와 아래는 다르지만 그맛은 같으리라

시아비는 단것을 빨고 며느리는 신것을 빠니

달고 신것은 다르지만 그맛은 같으리라


 

盤中無肉權歸菜


尹富者 집에서 쫓겨난 김삿갓은 다시 고개를 넘어 얼마를 더 걸었지만

이제는 날이 어둡고 다리도 아파서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길가의 오두막집을 찾아가 주인을 불렀다.


잠시 후 백발노인이 문을 열고 사정을 듣더니 매우 난처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이 하나 밖에 없지만 어두운 밤에 어디를 가겠느냐고

함께 고생하자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쾌히 승낙을 한다.


노인은 인사를 나누고 나서 부엌을 향하여 '손님이 오셨으니 밥을 한 그릇 더 지으라.' 고 이른다.

그러자 부엌에서는 며느리인 듯싶은 젊은 부인이 알았다면서

'밥은 잡곡이라도 어떻게 나투어 보겠지만 땔감이 부족하다.' 고 아뢴다.

'땔감이 없으면 우선 울타리를 뜯어다 때려무나.

울타리는 내일 생나무를 베어다가 다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시아버지의 대답이다.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토록 가난할 수가 있으며,

그 가난 속에서 이토록 훈훈 인정이 배어날 수 있을까.

이 집에서의 하룻밤은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게 했다.


어제 밤에는 밥그릇이 없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밥을 바가지에 담아 함께 먹더니

오늘 아침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외출할 옷을 바꾸어 입는다.


   盤中無肉權歸菜

   廚中乏薪禍及籬


   朝飯婦姑同器食

   出門父子易行衣


   밥상엔 고기 없어 채소가 판을 치고

   부엌엔 땔감 없어 울타리가 녹아난다.


   며느리 시어미는 한 그릇 밥 나눠 먹고

   나들이엔 부자간에 옷을 바꾸어 입누나.



마음속으로 시 한 수를 중얼거린 김삿갓은 한사코 거절하는 노인에게 엽전 몇 닢을

억지로 던져 놓다 시피 하여 감사함을 표하고,

다시 산길을 가노라니 높푸른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유유히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잠깐 사이에 저 산에서 이 산으로 날아오다가 별안간 일직선으로 급강하를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토끼 한 마리를 움켜잡아 가지고 유유히 저쪽 산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그 광경을 보고 시 한 수가 없을 수 없었다.

 

   萬里天如咫尺間

   俄從某峯又玆山


   平林搏兎何雄壯

   也似關公出五關 


   넓은 하늘을 지척처럼 날아가며 

   이 산 위에 번쩍 저 산 위에 번쩍


   숲속의 토끼잡이가 어찌나 웅장한지

   오관을 넘나드는 관운장만 같구나.


 

飛來片片三春蝶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사이에 어느덧 세월은 흘러 겨울에 접어들었다.

다행이 이번에도 사람을 알아보는 좋은 주인을 만나 며칠 동안 후한 대접을 받으면서

시문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밤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산천초목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簷前淚滴滴


   

     천황씨가 죽었는가. 인황씨가 죽었는가.

     산과 나무가 모두 상복을 입었구나.


     해님이 부고 듣고 내일이라도 문상을 오면

     집집마다 처마 끝이 눈물을 흘리리라.



혼자 휘갈기는 즉흥시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주인이 다시 무릎을 친다.

하얀 눈을 상복에 견주고, 앞으로 녹아내릴 낙수를 태양이 조문할 제

온 백성이 흘릴 눈물로 표현했으니 그 얼마나 기발한 발상이요 오묘한 비유인가.


주인은 다시 술을 내오지만 벌서 여러 날이 지났으니 이제 더는 머무를 염치가 없었다.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데 어떻게 길을 떠나겠느냐면서 나그네를 붙잡아 두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연방 술을 권해 오던 주인의 만류를 정중히 사양하고

또 다시 홀로 눈길을 걸어간다.


   

    飛來片片三春蝶

    踏去聲聲五月蛙


    寒將不去多言雪

    醉或以留更進盃



    날리는 눈송이는 춘삼월 나비 같고

    내딛는 발밑에서는 오뉴월 개구리 소리


    추워서 못 간다고 눈을 핑계 대며

    취중에 행여 머무를까 다시 술잔을 권하네.


 

나비처럼 날아드는 함박눈을 맞으며 쌓인 눈을 밟고 걸어가는 걸음 걸음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뽀도독>소리를 운치 있게 들으면서 티 없이 깨끗한

은세계를 걸어가는 김삿갓은 한사코 떠나지 말라고 붙잡던 주인의 후의에

마음 속 깊이 감사를 표했다.

 


 

 

 

 

 



출처 : 2009 대덕산악회
글쓴이 : 해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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