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홍범도 장군의 절규( 이 동순님 시, 2편)

한문역사 2023. 11. 8. 10:24

이동순 시인은 인터뷰를 끝내고 본인이 지은 두 편의 시를 낭독했다. 첫 번째는 홍범도 장군 큰 아들에 관한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이고, 두 번째는 ‘홍범도 장군의 절규’다.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그때 나에게는

오로지 잃어버린 나라 걱정

어찌 하면 빼앗긴 조국 되찾을까

어찌 하면 왜적을 한 놈이라도 더 없앨까

오직 그 한 마음 뿐

강도 일본이 훔쳐간 국권

다시 회복시키려는 한 마음 뿐

내가 의병대 이끌고

낭림산맥 양쪽 동개마 서개마

그 개마고원 골짜기 구석구석 누비며

만나는 일본군 모조리

쏘아넘기고 쳐부수던 그때를 생각하네

내 아들 양순은

우리 의병대의 중대장

어느 날

아픈 어미 보러 갔다가

숨어있던 밀정에게 잡혔지

이때 놈들은 닥달이나 고문 대신

나에게 보내는 귀순 편지 한 장 써서

아들에게 들려보냈네


항복하면 살고 저항하면 죽는다는

그 치떨리던 권유 문서

나는 편지 들고 와

내미는 아들놈에게 소리쳤어

오늘부터 너는 내 아들 아니다

네가 적의 심부름 왔으니 너 또한 왜적

나는 한 순간 나도 모르게

권총을 뽑아 아들에게 발사했네

픽 고꾸라지는 양순

부관이 깜짝 놀라

내 아들 감싸안고 나갔어

총을 든 채 서서 나는 넋이 나갔네

내가 쏜 총탄은 빗나가

아들의 귓밥이 뚝 떨어졌네

바닥에는 녀석의 귀에서 흐른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네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어찌 내 아들을 쏘았단 말인가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사람의 할 짓 아니었네

여러 날 웅크리고 자책하느라 힘들었네

아들아 내 아들아

네가 이 아비 심정 알 때가 오리라

그날 이후 양순은

의병대 중대장으로 더욱 이를 악물었지

정평 바배기에서 전투가 벌어진 날

아들이 저물도록 보이지 않았네

이리저리 찾아헤매니

왜적의 총탄 맞고

솔밭에 모로 쓰러져 있었네

급히 연락 받고 달려가니

아들의 꺼져가는 애원의 눈빛은

이 아비 올려다 보았지

그 눈길 허공에서 멈추었네

내 가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어

우리 부자간 인연이

어찌 이리도 짧게 끝난단 말이냐

그날 저녁 나는

막사에 혼자 앉은 채로

등불 앞에서 꼬박 밤 새었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네

새벽 동이 훤히 밝아올 무렵

나는 일기장에 단 한 줄 적었네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이동순 시인은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오늘을 살지만 이 땅덩어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오염된 땅 오염된 정신 혼탁한 세상 이런 것을 물려준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염치없는 창피한 조상이 되겠나”며 올바른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시는 것 같다”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출처 : 스픽스대구 SPEAKS(http://www.tkspea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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