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시인은 인터뷰를 끝내고 본인이 지은 두 편의 시를 낭독했다. 첫 번째는 홍범도 장군 큰 아들에 관한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이고, 두 번째는 ‘홍범도 장군의 절규’다.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그때 나에게는
오로지 잃어버린 나라 걱정
어찌 하면 빼앗긴 조국 되찾을까
어찌 하면 왜적을 한 놈이라도 더 없앨까
오직 그 한 마음 뿐
강도 일본이 훔쳐간 국권
다시 회복시키려는 한 마음 뿐
내가 의병대 이끌고
낭림산맥 양쪽 동개마 서개마
그 개마고원 골짜기 구석구석 누비며
만나는 일본군 모조리
쏘아넘기고 쳐부수던 그때를 생각하네
내 아들 양순은
우리 의병대의 중대장
어느 날
아픈 어미 보러 갔다가
숨어있던 밀정에게 잡혔지
이때 놈들은 닥달이나 고문 대신
나에게 보내는 귀순 편지 한 장 써서
아들에게 들려보냈네
항복하면 살고 저항하면 죽는다는
그 치떨리던 권유 문서
나는 편지 들고 와
내미는 아들놈에게 소리쳤어
오늘부터 너는 내 아들 아니다
네가 적의 심부름 왔으니 너 또한 왜적
나는 한 순간 나도 모르게
권총을 뽑아 아들에게 발사했네
픽 고꾸라지는 양순
부관이 깜짝 놀라
내 아들 감싸안고 나갔어
총을 든 채 서서 나는 넋이 나갔네
내가 쏜 총탄은 빗나가
아들의 귓밥이 뚝 떨어졌네
바닥에는 녀석의 귀에서 흐른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네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어찌 내 아들을 쏘았단 말인가
아무리 화가 나도
이건 사람의 할 짓 아니었네
여러 날 웅크리고 자책하느라 힘들었네
아들아 내 아들아
네가 이 아비 심정 알 때가 오리라
그날 이후 양순은
의병대 중대장으로 더욱 이를 악물었지
정평 바배기에서 전투가 벌어진 날
아들이 저물도록 보이지 않았네
이리저리 찾아헤매니
왜적의 총탄 맞고
솔밭에 모로 쓰러져 있었네
급히 연락 받고 달려가니
아들의 꺼져가는 애원의 눈빛은
이 아비 올려다 보았지
그 눈길 허공에서 멈추었네
내 가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어
우리 부자간 인연이
어찌 이리도 짧게 끝난단 말이냐
그날 저녁 나는
막사에 혼자 앉은 채로
등불 앞에서 꼬박 밤 새었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네
새벽 동이 훤히 밝아올 무렵
나는 일기장에 단 한 줄 적었네
"내 아들 양순이 죽었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이동순 시인은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오늘을 살지만 이 땅덩어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오염된 땅 오염된 정신 혼탁한 세상 이런 것을 물려준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염치없는 창피한 조상이 되겠나”며 올바른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시는 것 같다”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출처 : 스픽스대구 SPEAKS(http://www.tkspea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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