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 백로가족이
떠난 산자락에
종일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고
잦은 아침안개 서늘한 바람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
지난 밤 늦게까지
부슬비가 차갑게 내렸어
오늘은 밝은 햇살이
들녘의 벼 이삭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네.
외딴 고구마 밭골에
들고양이가 졸고 있다
황급히 사라지고
잠자리들은 즐겁게
벌레를 쫓아 날아다니네.
포도 향기 짙어
과일이 하루하루
달게 익어가는 9월.
맑은 공기는 시원하게
여름이 남긴 눅눅한 습기를 씻어
쾌적한 기운을 돌게 하고
연일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당기며
엷은 햇살이 남아있는
산등성이에
수평선처럼 지나가는 구름이
우리들을 동요시키고
환상에 잠기게 하네
수정보다 투명하고
산뜻한 대기(大氣)여
유년시절 그토록 그리워하던
동경(憧憬)의 나라가 어디인가
필경 어느 낯선 곳에라도
서둘러 떠나게 하려는가.
턱없이 서글퍼지고
들뜨려고 하는 마음 속에
계절이 주는 기쁨이
소용돌이 칠 때도 있구나.
그러나 삶의 순리를
얼마쯤 터득한 사람들은
전능자의 한결같은 배려와
우리 자신의 행복이
생활현장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네.
여름동안 가꾸어 온 황국화가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내고
가지가 휘어지게 열린 단감이
담장 너머 이웃에게
소박한 정을 나누게 하는 해거름
텃밭 울타리에는
하얀 박꽃이 피고 있네
평정을 되찾은 나그네는
경이롭게 펼쳐있는 들판을 지나
조약돌이 환하게 보이는
시냇물 징검다리를 몰래 건너서
귀가하고
감나무 잎이 떨어지고 있는
뜰 앞에 서서
무엇인가 그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네.
풀벌레소리 영롱한 저녁에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아
계절의 안부 편지를 쓰고
라디오 소리를 조금 높여
정다운 우리 가곡을 듣고 있네 .
아~ 사람아 이 가을 밤
박목월 시 :이별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있는가
별님이 나들이 내려 온
그 시냇가 물결따라
세월이 아득하게 흘러갔지만 ...
대구보훈병원 冊: 다정한 쉼터:
보훈가족 신성길 님 글(202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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