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문인송 가는 길

한문역사 2025. 1. 30. 07:06

십일월

우리 동네

문인송(文人松)가는 길은 호젓하다.

 

병풍처럼 둘러싼 황악산계

나무와 꽃과 풀은

샛노랗게, 샛붉게, 누렇게 물들었다.

 

향천 2길 86-12 번지 사는 

할아버지는 현관 계단에 앉아

검붉은  손으로 노란콩을 까고 있고 

 

향천 2길 86-14 번지 사는

할머니는 별채 처마 아래 

시래기를 정갈하게 걸어놓았다.

 

향천 2길 86-16번지 사는 

할머니는 대문 앞에 

검정 천막 깔아놓고  콩을  말린다.

 

골목 담벼락마다  이 집 저 집

갓 수확한 노란콩과 검정콩이

오와 열을 맞춰 병정처럼 사열중이다.

 

콩무사 호위 받으며

문인송 앞에 다다라 올려다보면

잔가지를 흔들어 그윽하게 반겨준다.

 

동네의 사람은 늙어 을씨년스럽지만  

우리 동네 가을은

여적 포근하고 풍성하고 동경할 만하다.

 

추기):직지사 아래 자리한 우리 마을은 특별할 것도 없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이런 마을에  수령 400년 가까이  된

소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직선거리 100m 안에서  文人세 분이

배출되었다. 김천인 최초  등단 시인 故 홍성문 교수.

김천인 최초로 시집을 발간한  故 이정기 교수.

김천인 최초로 등단한 소설가 故 심형준 선생이 주인공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