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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있는 감옥

한문역사 2025. 11. 17. 19:16

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3] 자유가 있는 감옥

입력 2025.11.1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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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친구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10대 때 혈혈단신 서울에 넘어와 지금은 대한민국 간호사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데, 문득 그 친구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가 생각난다. 뱃속 아기에게 붙인 태명이 ‘마트’였다. 아니, 다른 귀엽고 예쁜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마트야? 의아해하는 내게 그 친구가 말했다. 언니, 내가 한국 와서 제일 좋았던 게 뭐게요? 마트예요, 마트. 들어가면 없는 게 없잖아요.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건 다 있잖아요. 난 우리 마트가 세상에 태어나서 없는 거 없이, 배고플 일도 없이, 딱 마트처럼만 행복하면 좋겠어요. 마트는 그런 든든한 엄마 밑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 이제 멋진 초등학생이다.

또 다른 친구는 양강도 혜산에서 왔다. 부모님이 교원이라 그쪽 생활이 좀 넉넉한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친구에게 남한 생활이 어떤지 물어봤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누나, 여기는 말이죠, ‘자유가 있는 감옥’입니다. 자유가 있긴 한데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해요. 그러니 매일 돈 벌러 나가고 족쇄가 따로 없습니다. 돈 밑에 사람 있고 사람 위에 돈 있어요. 사는 게 옴짝달싹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여름 에어컨 청소하는 일을 했는데 날개를 끼우다가 부품이 부러져 대단하게 욕을 먹고 번 돈의 몇 배를 배상하고 나왔다고 한다. 참, 세상살이 쉽지 않지.

 

얼마 전 중학생 대상 북토크에서 한 여학생이 내게 당차게 물었다. 작가님에게 자유란 무엇입니까? 음……, 저에게 자유는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래, 그동안 살면서 진짜 후회 없는 선택을 했어, 하는 마음이 들도록 살아가는 것입니다. 쉽진 않겠지만요. 아직 열너댓 살밖에 안 되는 친구들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미안해요, 여러분한테는 아직 이해가 잘 안 가는 답변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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