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

이근배의 육성회고록

한문역사 2025. 11. 22. 17:02
 우리 문단사를 총망라한 이근배 시인의 목소리 - 『이근배 육성회고록』
  •  
  •  승인 2025.03.07 11:07
  •  
  •  

한국문학 사상 최초,전무후무, 신춘문예 10관왕을 달성한 이근배 시인의 육성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출판사와 잡지를발행하며 간행물윤리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이근배 시인이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문단에서 일어난 비화를 총망라해 이번 『이근배 육성회고록』에 담았다.

독립유공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근배 시인의 이 회고록에서는 시인으로서 직접 체험한 생생한 경험과

60여년의 모든 기억들을 되살린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근배 시인은 문인으로서 북간도

명동촌의 윤동주묘소를 중국과의 수교 이전에 가장 먼저 다녀온 인물이며, 박경리 작가의

장례위원으로서 弔詩를 낭독하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영결식에서 獻詩를 낭독하기도 한

한국문단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문단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직접 경험한 내용을 정리한

『이근배 육성회고록』은, 3대 필화사건과 문인간첩단 조작 사건 등 한국문단의 숨겨진 이야기와

사진, 문인들의 에피소드 등이 생생하게 담긴 우리 문단의 역사이기도 하다.

 

나는 여행 일정을 짤 때 여행사에게 윤동주 시인 묘소 방문을 반드시 넣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순국한 게 1945년 2월 16일인데, 44년이나 흐르는

동안 누가 관리했는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콩밭과 수숫대를 헤치며 나아갈 때만 해도,

정말 윤동주 묘소를 찾을수 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지요. “용정에 가면 윤동주 산소가 있다”는

말만 듣고 찾아나선 길이었으니까요. 아~ 그런데… 무덤이 있었습니다. 한참을 찾다가 벌초도

제대로 하지 않은 무덤 앞에 섰습니다. ‘詩人尹東柱之墓시인윤동주지묘’. 무덤 앞에 세워 있는

비석이 윤동주 시인의 묘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윤동주는 생전에 시인으로 불린 적이

없었는데, 윤동주가 시를 쓰고 있던 것을 알고 또 연희전문졸업기념으로 시집을 출간하려던

사실을 알고 있던 아버지(윤영석)와 삼촌(윤영춘)이 이름 앞에 ‘시인’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솟았지요. 떼도 안입히고 잡풀이 듬성하게 나 있는 산소 앞에 꽃 몇 송이 꽂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윤동주 시인의 〈또 다른 고향〉을 낭송했습니다. -

「백두산 천지와 윤동주 산소에 가다」 중에서

 

이근배 시인은 수집가로서 고서와 벼루를 모으기도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 초판본과

심훈의 『상록수』 초판본 등 희귀본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벼루는 문화재로 지정되어도

충분한 15세기 초에 제작된 ‘농경풍속도일월연’과 ‘니가완은대월’,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의

사부였던 남유용에게 하사하신 ‘정조임금사은연’,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요녕성 여순감옥에서

쓰셨던 ‘안중근인내명언’ 등 수많은 희귀품을 소장하고 있는 대단한 문화 수집가이기도 하다.

 

내가 벼루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였습니다. 1988년 10월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에 처음 갔을 때지요. 그때부터 벼루를 구하기 위해 중국에 50번 넘게 다녀왔습니다.

한국도 주말마다 고속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에

가면 1,000달러 정도로 좋은 벼루를 살 수 있었습니다. 값도 쌌고 벼루도 많았지요. 요즘은 매물로

나오는 벼루가 거의없고, 가격도 엄청 비싸졌습니다. 그렇게 모은 벼루가 1,000여 점 됩니다.

소장품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정조正祖가 아버지의 스승이었던 뇌연雷淵 남유용

南有容에게 하사한 ‘정조대왕사은연’입니다. 이 벼루는 1973년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창덕궁에서 열린 ‘명연전’에서 ‘벼루 중의 벼루’로 눈길을 끌었던 것입니다.

당시 김종학金宗學(1937-) 화가가 소장하던 벼루입니다.

《월간 문화재》(1973년 6월호, 통권 19호)가 ‘고연백선古硯百選’이란 주제로

‘명연전’을 대서특필하면서 이 벼루를 표지로 내세웠을 정도였습니다.

- 「정조대왕사은연이 내게로 오다」 중에서

 

한편 이번 회고록에는 한강 작가 이후의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이근배 시인의 통찰 또한 담겨 있다.

그는 한강 작가 이후 한국소설은 보다 새로운 문체의 경쟁으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재구성하기위한 작업이 펼쳐질 것임을 이야기하며 번역의 감동을 강조한다.

또한 한국시 역시 소설 못지 않게 우수성을 뽐내고 있음을 역설하며, 한국적 고뇌와 한국인만이

쓸수 있는 현실적 상징성을 담은 시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강 작가 이후 K소설은 보다 새로운 문체의 경쟁으로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재구성하기에 치열한 작업을 치르게 될 것이고, 한글로 쓰는 K시는 소설 못지않게 우수성을 뽐내고 있다. 그냥 좋은 시가 아니라 한국적 고뇌와 한국인만이 쓸 수있는 현실적 상징성을 담아내야 한다. ‘한국어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시’가 나올 때 세계를 극복할 것이다.

K소설은 번역으로도 감동하지만 K시는 스토리텔링이 아니고 보다 은유적이며 상징과 내포를 담아 모국어의 정신과 깊은 울림을 향해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나라 밖에서는 시가 저물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시인의 숫자도, 시집 발행 부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며 시 낭송가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놀랍게 확대되고 있어 한국이 ‘시의 나라’라고 가슴을 펴는 까닭이 충분한 것이다.

- 「K소설, K시에 대한 생각」 중에서

 

『이근배 육성회고록』은 이근배 시인이 한국문단 60년 이상을 보고 느끼고 직접 겪은 경험을

혼신을 다해 기억을 되살려 담은 책이다. 풍부한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된 이 책은

한국문단의 60년을 총망라한 역사서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