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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근배 이야기

한문역사 2025. 11. 22. 17:10

작가 이근배 이야기

이근배

그가 오늘날 한국의 대문호로 칭송받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동년배의 시인들 가운데서도 남달리 한국문학의 고전(古典)에 관한 식견과

향념(向念)을 보여 왔다. 그의 시와 시조에는 포은 정몽주를 비롯하여 매월당 김시습,

여류시인 황진이, 구봉 송익필, 교산 허균, 이매창, 여류시인 이옥봉,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와 함께 만해 한용운, 공초 오상순, 정지용 등을 등장시켜 마치 시대를 초월하여

시회(詩會)를 펼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① 대표작 〈노래여 노래여〉

푸른 강변에서

피 묻은 전설의 가슴을 씻는

내 가난한 모국어

꽃은 밤을 밝히는 지등(紙燈)처럼

어두운 산하에 피고 있지만

아카로스의 날개 치는

눈 먼 조국의 새여

너의 울고 돌아가는 신화의 길목에

핏금진 벽은 서고

먼 산정의 바람기에 묻어서,

늙은 사공의 노을이 흐른다.

이름하여 사랑이더라도

결코 나뉘일 수 없는 가슴에

무어라 피 묻은 전설을 새겨두고

밤이면 문풍지처럼 우는 것일까

(중략)

피묻은 전설의 가슴을 씻는 가난한 모국어로 된 노래,

거기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다. 분단으로 쪼개진 조국의 슬픈 현실에 돌아 누운 산하와

그것을 지키는 외로운 초병의 실루엣도 담겨 있다. 날개가 찢긴 철새, 인생의 노을을 맞아

힘없는 뱃사공을 빌려 형상화된 노래는 그래서 피를 흘리고, 슬퍼서 하염없이 울고 있다.

이근배 시인의 시적 특징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이근배는 누구인가

이근배는 1940년 당진 송산면 삼월리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한학자이신 조부에게 한문을 배웠다.

당진상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들어갔는데,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기라성 같은

문인들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김동리를 비롯해 서정주, 안수길, 박목월, 곽종원 등으로부터

직접 창작 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대단한 행운을 잡은 셈이다.

1960년 약관의 나이에 첫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펴내게 되는데, 스승인 서정주가

‘서문’을 써주었다. 그리고는 이듬해 1961년부터 3년간 6개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우리 문학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60년 전의 일이다.

이근배는 아직도 당대를 주름잡는 현역작가이다. 현재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맡고 있다.

③ 이근배의 문학세계

그가 오늘날 한국의 대문호로 칭송받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동년배의 시인들 가운데서도 남달리 한국문학의 고전(古典)에 관한 식견과 향념(向念)을 보여 왔다. 그의 시와 시조에는 포은 정몽주를 비롯하여 매월당 김시습, 여류시인 황진이, 구봉 송익필, 교산 허균, 이매창, 여류시인 이옥봉,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와 함께 만해 한용운, 공초 오상순, 정지용 등을 등장시켜 마치 시대를 초월하여 시회(詩會)를 펼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의 시어(詩語) 또한 유려하고 활달하면서도 어김없이 전통적인 질감과 울림을 간직한다. 이 점은 그가 시조와 시를 넘나드는 형국과 무관하지 않다. 그에게 있어서는 고전 내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 교향(交響)하고 상보(相補)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근배는 호흡이 긴 장편시를 많이 지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사미인곡〉과는 달리 주로 분단된 조국의 비극을 노래한 것들이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북위선〉과 〈노래여 노래여〉는 분단 상황을 극화(劇化)한 작품이다. 전자에는 ‘가늠하는 병정’을 등장시키고, 후자에서는 ‘노를 젓는 늙은 사공’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두 편 모두에 분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후조(候鳥)들이 자유의 상징물로 배치되어 있다.

이들 두 편이 상념(想念)의 결과물이라면 〈대백두에 바친다〉와 〈한 핏줄 이어진 내 산하를 간다〉는 경험(經驗)의 결과물이다. 전자는 1989년 8월 15일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격을, 후자는 2003년 2월 중순 그가 시범 육로관광단과 함께 금강산을 찾았을 때의 감회를 시화(詩化)한 것이다.

④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그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냉이꽃〉을 비롯한 일련의 짧은 서정시들에서도 조국분단의 비극은 애틋한 모습으로 녹아 있다. 앞에서 말한 장편작품들이 시적 음성이 비개인적인데 반해 이들 서정시편들의 그것은 시인 자신의 음성이기 때문에 그 호소력은 오히려 더 강렬하다.

당진 출신으로, 평생을 ‘글밭갈이’로 살아온 이근배 시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