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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사제문

한문역사 2025. 12. 15. 20:44

홍재전서(弘齋全書) 19 -제문(祭文) 1 정조(正祖 1752-1800)

 

 

홍재전서 제19

 

제문(祭文) 1

1 빈전(殯殿) 고유문(告由文) 병신년

2 빈전(殯殿)에 친히 향()을 올리는 제문(祭文)

3 빈전(殯殿)에 별다례(別茶禮)를 올리는 제문

4 효명전(孝明殿) 탄신일에 별다례(別茶禮)를 올리는 제문

5 여귀(厲鬼)를 달래는 제문 정유년

6 사직(社稷)에서 기우제(祈雨祭)를 대신 행하게 할 때의 제문

7 동관왕묘(東關王廟)를 수리할 때의 고유문(告由文)

8 남관왕묘(南關王廟)를 수리할 때의 고유문

9 휘령전(徽寧殿) 탄신일에 작헌례(酌獻禮)를 올리는 제문

10 동관왕묘(東關王廟)를 수리할 때의 고유문 무술년

11 동관왕묘(東關王廟) 치제문(致祭文)

12 홍 봉조하(洪奉朝賀) 봉한(鳳漢) 치제문

13 원릉(元陵)에 친히 드리는 제문 기해년

14 건원릉(健元陵), 목릉(穆陵)에 대신 제사드리게 할 때의 제문

15 현릉(顯陵), 휘릉(徽陵), 숭릉(崇陵), 의릉(懿陵), 혜릉(惠陵)에 대신 제사드리게 할 때의 제문

16 홍 봉조하(洪奉朝賀) 봉한(鳳漢) 치제문

17 남관왕묘(南關王廟) 치제문

18 동관왕묘(東關王廟) 치제문

19 경모궁(景慕宮)에 작헌례(酌獻禮)를 올리는 제문

20 홍 봉조하(洪奉朝賀) 봉한(鳳漢) 치제문

21 원릉(元陵)에 친히 드리는 제문 신축년

22 자운서원(紫雲書院) 치제문

23 명릉(明陵)에 친히 드리는 제문

24 소현서원(紹賢書院) 치제문

25 동적전(東耤田)에서 곡식 베는 것을 보기 하루 전에 선농단(先農壇)에 대신 고하게 할 때의 고유문

26 기우제문(祈雨祭文) 임인년

27 다시 드리는 기우제문

28 우사단(雩祀壇)에서 친히 드리는 기우제문

29 남교(南郊)에서 대신 드리게 하는 기우제문

30 선농단(先農壇)에서 대신 드리게 하는 기우제문

31 사직(社稷)에서 대신 드리게 하는 기우제문

32 증 예조 판서 이진형(李鎭衡) 치제문

 

 

 

빈전(殯殿) 고유문(告由文) 병신년

 

오호라, 나 소자는 삼가 지난날의 분부를 받들어 공제(公除)의 기한을 기다리지 않고 천토(天討)를 행하여 죄인을 이에 얻으니, 이덕사(李德師), 이일화(李一和), 유한신(柳翰申) 같은 무리는 차례로 투소(投疏)하여 흉언 역설로써 우리의 대의를 윤락시켜 선왕을 모함하였고, 박상로(朴相老)는 흉한 무리들을 모아 흉소(凶疏)를 모의하는 날 어지럽게 수작한 것이 무도함을 헤아리기 어려웠으니 이천해(李天海), 신치운(申致雲)과 함께 동일한 심사이건만 감히 다 털어놓지 아니하여 인자하기만 한 우리 선령(先靈)의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였고, 조재한(趙載翰)은 흉한 마음을 품어서 스스로 소굴을 지어 박상로의 흉언과 서로 응하고 여러 역적의 흉소를 주장하였으며 흉칙한 무리들과 체결하고 조정을 넘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자세히 캐어서 물은 뒤에 실정이 다 드러났으니 비록 훈척(勳戚)이라는 이유로 완곡하게 용서하고자 하나 왕실의 법에 어긋남을 어찌하겠습니까. 이범제(李範濟), 이동양(李東讓)은 본디 불효한 무리로서 조재한과 박상로의 무리에 붙어서 흉소를 먼저 들고 나섰으며 흉언을 귀 기울여 들었으니, 꾸며서 얽은 정상을 또한 모두 스스로 털어놓았습니다.

오호라, 소자가 상중이어서 복을 입은 채 죄수를 심문함은 우리 선왕의 뜻을 밝히고 우리 선왕의 의를 드러냄으로써 우리 선왕의 혼령을 위로하려는 까닭입니다. 이에 여러 적의 죄를 바로잡나니, 이덕사, 박상로는 대역 부도로써 처벌하고, 이일화, 유한신, 조재한은 위를 모함한 부도함으로써 처벌하고, 이범제와 이동양은 모두 실정을 알았던 이유로 혹 법의 처벌을 내리고 혹 매를 쳐서 죽였나이다. 그 나머지 연좌된 사람은 차례로 혐의를 조사하여 밝혔나이다.

오호라, 선왕의 유의를 받들고 선왕의 죄인을 토벌하였으니, 지금 이후로는 소자가 선왕의 뜻과 일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다. 이에 상전(常奠)으로 인하여 고하는 의식을 펴나이다.

 

[C-001]빈전(殯殿) : 국상에 초상(初喪)부터 발인 때까지 왕이나 왕비의 관을 모시는 전각(殿閣)이다. 여기서는 영조(英祖)의 빈전을 말한다.

[D-001]공제(公除) : 왕이나 왕비가 죽은 뒤 26일 동안 일반 공무를 중지하고 조의를 표하는 일을 말한다.

[D-002]천토(天討) : 천명에 따라서 죄 있는 사람을 응징하고 다스리는 일이다. 書經 皐陶謨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

 

 

빈전(殯殿)에 친히 향()을 올리는 제문(祭文)

 

오호라, 해가 저문 길 가운데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었기에 방황하며 울부짖으니 천지가 망망하나이다. 예로부터 산 사람의 슬픔이 이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으니, 소자가 갑자기 이러한 지경에 놓일 것을 누가 헤아렸겠습니까. 누군들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가 없겠습니까만, 할아버지로서 아버지의 자애를 겸하고 아버지로서 어머니의 사랑을 겸한 이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어찌 소자에게 대행(大行)과 같은 분이 있는 것과 같은 경우가 있겠습니까. 앉을 때에는 부축하라고 명하고, 누울 때에는 보살피라고 명하고, 식사할 때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달라고 명하고, 움직일 때에는 지팡이와 신을 받들라고 명하셨습니다. 소자가 세상에 태어나고부터 25년 동안 하루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근년 이래로 또 한시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비유하자면 일기(一氣)에 내쉬는 숨과 들이마시는 숨이 있고, 일신(一身)에 그림자와 형체가 있는 것과 같았나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큰 것이 있었으니 고하자면 다음과 같나이다.

소자는 성품이 노둔하고 재능이 낮아서 항상 능히 감당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했으나, 우리 대행께서는 소자의 불초함을 알지 못하고 종사를 잇기를 기탁하여 정일(精一)의 전수로써 가르치고 효제(孝悌)의 실상으로 유시하고 인의 도덕(仁義道德)의 방향으로 인도하시니, 성심(聖心)에 잊지 못하신 것은 오직 소자의 일신 외에 다시금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자애로 감싸는 것과 인애로 보살피는 은혜가 이와 같이 깊고 절실했으나 소자는 당시에 감열(感悅)의 지극함만 알아서 무궁한 즐거움이 만년토록 길이 가리라고 여겼을 뿐이었습니다.

오호라, 대행께서는 어찌 차마 이 은혜와 사랑을 끊어 버린 채 갑자기 저승에 놀기를 재촉하여 소자로 하여금 중도에 어미를 잃은 어린아이가 되게 하시나이까. 소자가 대행의 상고를 당한 지 어느덧 석 달이 되었습니다. 용루(龍樓)의 새벽에는 장차 밤사이의 안부를 살필 것같이 하고, 여각(餘閣)의 상전(常奠)에는 장차 음식을 드릴 것처럼 하고, 지척의 휘장에서는 용광(龍光)을 뵙고 옥음(玉音)을 들을 듯이 하였으나 필경 희미하고 어두워서 다시 보지 못하고 다시 듣지 못하였습니다. 인리(人理)의 애통함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굶주리면 먹고 목마르면 마셔서 봄과 여름이 이미 바뀌었건만 보고 들으며 숨 쉬는 것이 여전하니, 참으로 소자의 완악함이 여기에 이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오호라, 대행께서 소자를 마치 품 안의 어린아이처럼 보호하시어 언동과 기거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성려(聖慮)를 두시어 질병이 있을까 두려워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자가 황황(遑遑)하고 휼휼(恤恤)하여 곤궁하여 돌아갈 곳이 없는 듯한데, 하늘을 향하여 불러도 알지 못하고 땅을 향하여 불러도 응함이 없습니다. 오호라, 대행의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 은혜로써 어찌 돌보아 살펴서 가련히 여기시지 않나이까.

기억하건대, 지난 을유년(1765, 영조41) 겨울에 소자가 수십 일 동안 병을 앓았는데 우리 대행께서 우려하시느라 애를 태워 침식을 잊으신 채 전무(殿廡)의 사이에서 서성이고 성월(星月)의 아래에서 기도하여 소자만 걱정할 줄 알고 성궁(聖躬)을 돌보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때 이미 보령이 칠순을 넘기셨는데 융숭한 은혜에 젖어 소자는 비록 다행히 병상에서 일어났으나 성궁은 이미 고달픔을 보셨습니다. 과연 병술년(1766, 영조42) 봄에 옥후(玉候)가 편치 못하시더니 이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조섭하게 되었습니다.

오호라, 대행의 바탕은 천지와 같이 유구하고 체도는 일월과 같이 선명하여 천만년을 지나도 다함이 없을 수 있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히 지난 병술년의 환후가 실로 오늘 화의 근거가 되었으니, 소자의 지난날의 병이 혹 병술년의 빌미가 된 것은 아닌지요. 오호라, 대행의 지극한 자인(慈仁)은 소자를 빈사의 위기에서 일어나게 하셨으나 소자는 능히 정성을 쌓고 대신 앓기를 원하여 대행의 병을 위태함에서 회복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니 심간(心肝)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오호라, 임금의 자리가 매우 어렵고 하늘의 명을 믿기 어렵거늘 대행께서 사랑하고 돌아보아 기탁한 것이 여기에 있고 소자가 힘써 가슴에 새겨 두려워하는 것이 여기에 있나이다. 혼탁하여 어지러운 세도를 어떻게 진정시킬 것이며, 천 가지 백 가지로 갈라진 인심을 어떻게 통일시킬 것이며, 백성이 구덩이에 빠진 것을 어떻게 건지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대행께서는 어두운 가운데에서 지도하시어 실추함이 없게 하소서.

오호라, 지극한 슬픔에는 수식이 없고 지극한 정에는 말이 없이 다만 하늘에 사무치는 통곡과 땅에 사무치는 눈물이 있을 따름입니다. 오호라, 애통하도다.

 

[D-001]대행(大行) : 왕이나 왕비가 죽은 뒤에 아직 시호를 올리기 전의 칭호이다. 왕은 대행 대왕이라 하고 왕비는 대행 대비라고 한다.

[D-002]정일(精一) : 제왕의 심법(心法)인 유정유일(惟精惟一)을 가리킨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천하를 전수하면서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미묘하니 정일하여야 그 중도를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당부한 말이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

 

 

빈전(殯殿)에 별다례(別茶禮)를 올리는 제문

 

오호라, 사람이 완악하고 모질어 죽지 않는 것을 목석에 비유하는데, 지금 소자가 마치 지각이 없는 듯하여 먹을 때를 당하여 먹고 잘 때를 당하여 잠잔 것이 어느덧 이미 다섯 달이 되었으니, 흠위(廞衛)를 열 기한이 또 머지않았습니다. 오호라, 황황망망(皇皇望望)하여 또 장차 개연히 탄식하는 가운데 대행께 미치지 못할 듯하니 산 사람의 애통함이 여기에 이르러 지극하나이다. 오호라, 애통하도다.

생각건대, 우리 대행 대왕께서 소자를 어루만져 기르고 자애로 보살피신 은혜를 드리움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25년인데 그 사랑이 절실하고 그 은택이 지극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소자는 일찍이 한시도 잠시나마 떨어지지 않고 밥 한 번 먹는 짧은 시간에도 혹시라도 어긋나지 않아 궤장(几杖)을 받들고 반우(盤盂)를 드렸나이다. 비록 옥후(玉候)가 편치 않아 수응(酬應)이 매우 어려운 때라도 소자의 발자국 소리와 소자의 아뢰는 말을 들으시면 미소를 띠며 정답게 손을 잡으셨고, 보통 꿈속에서 잠꼬대를 하시면서도 지성스럽게 그치지 않았던 것은 오직 소자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자는 지각없이 오늘에 이르도록 보고 숨 쉬는 것이 여전하여 한시도 잠시나마 떨어지지 않았던 정성으로써 길이 천만고(千萬古)의 결별을 짓고, 밥 한 번 먹는 짧은 시간에도 어긋나지 않는 마음으로써 삼십 리의 땅에 모시지 못하게 되었나이다. 궤장(几杖)을 어찌 다시 받들 수 있겠으며, 반우(盤盂)를 어찌 다시 드릴 수 있겠으며, 대행의 말씀을 또한 어찌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오직 양양(洋洋)하게 오르내리시는 혼령은 반드시 소자의 몸을 잊지 못하여 돌아보시겠지만 불초한 소자는 완악하고 모질어 죽지 않으니 목석이라고 해도 가할 것입니다. 정한 예에 따라 대행께서 장차 멀리 떠나실 것이니 소자는 우러러 의지할 곳을 또한 잃었습니다. 소자가 붙잡고 울부짖으며 따르고자 하나 그럴 수 없으니, 애통함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오호라, 애통하도다.

 

[D-001]흠위(廞衛) : 제왕의 장례 행렬에 쓰는 여러 가지 기구를 말한다.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

 

 

효명전(孝明殿) 탄신일에 별다례(別茶禮)를 올리는 제문

 

오호라, 대행의 능묘를 이룬 뒤로 세월이 또 얼마나 되었습니까. 절서가 바뀌어 가면서 음성이 점차 멀어지니, 상로(霜露)를 밟는 가운데 슬프고 두려운 마음이 일며 증상(烝嘗)을 받드는 사이에 붙잡고 울부짖어, 개연(慨然)히 사모하고 확연(廓然)히 슬퍼하는 동안 어느덧 탄신일이 지금 또 이르렀습니다.

, 근년 이래로 매양 이날을 만나면 기쁘면서 두려운 마음이 이미 깊고, 경사스럽게 기뻐하는 정성이 더욱 간절하여 북두(北斗)의 잔을 바치고 남산(南山)의 수를 올려서 혹 탄신의 기쁨을 꾸미는 잔치를 청하기도 하고 혹 장수하시기를 바라는 예를 청하기도 하여 성시(盛時)의 복록(福祿)을 빛내고 소자의 미성(微誠)을 펴고자 하였습니다. 대행께서 이에 미소가 떠오르고 마음이 흐뭇해지셨으니 상하가 종일토록 함께 경사스럽게 여겼습니다. 매양 가을이 점차 깊어져서 순삭(旬朔)이 지나고 나면 손가락을 꼽아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오호라, 오늘 소자는 완악하고 모질어 죽지 못하여 선어(仙馭)를 다시 붙잡지 못하고 욕의(縟儀)를 다시 받들지 못한 채, 숙연(肅然)히 모습과 음성 보이는 듯 들리는 듯하고 어렴풋이 갱장(羹牆)에 보이는 듯하여 황황 망망하게 장차 대행에게 따라 미칠 것 같습니다. 전우(殿宇)는 처량하고 물색(物色)은 변천하니 탄신의 기쁨을 꾸미는 잔치를 어디에 청하겠으며 장수를 빌어 올리는 잔을 어디에 드리겠습니까. 경사가 변하여 슬픔이 되고 기쁨이 변하여 비탄이 되니, 소자의 우러러 섬기는 정성을 다시 펴고자 하나 그럴 수 없습니다. 천지가 망망하니 이 회포 어찌 다함이 있겠나이까.

오호라, 따르고자 하나 미치지 못하는 애통함이 때와 더불어 깊어지고 멀어짐을 추모하는 정성이 일에 따라서 간절하니, 비록 절삭(節朔)이 돌아오고 세서(歲序)가 옮겨갔어도 오히려 슬프게 사모하는 심정을 금할 수 없나이다. 하물며 이날을 만나 일을 더듬어 생각해 볼 때 마치 어제 일과 같은데 홀로 정성을 다하고 예를 극진히 할 곳을 잃은 데이겠습니까. 대행의 기쁨 가득한 미소와 흐뭇해하시던 마음이 이제 없어지고 말았기에, 이생에서는 다시 볼 수 없으니 소자의 오늘 마음이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오호라, 선왕의 자리에 서서 선왕의 예를 행함으로써 선왕의 뜻과 일을 계승하고 밝히는 것을 곧 효라고 하는데, 돌아보건대 지금 척리(戚里)가 서로 알력을 일으키고 국세(國勢)가 불안하니 소자는 양쪽을 그르게 여겨서 양쪽 다 배척하였나이다. 이에 조정을 안정시키고 시비를 바르게 할 것은 곧 우리 선대왕의 옛 뜻과 일을 계승하고 밝히는 것이니, 이것으로 소자의 애통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는지요.

 

[C-001]효명전(孝明殿) : 조선 영조(英祖)의 혼전(魂殿)으로, 경희궁(慶煕宮) 안에 있었다. 增補文獻備考 卷60 禮考 魂殿

[D-001]상로(霜露) …… 일며 : 봄가을로 절서의 변화에 따라 서리와 이슬을 밟고 돌아가신 선령(先靈)을 추모하는 마음을 말한다. 예기(禮記) 제의(祭義) 서리가 내리면 군자가 이를 밟고 반드시 서글픈 마음을 가지나니 추워서가 아니고, 봄에 우로가 적셔줄 때 군자가 이를 밟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나니 마치 돌아가신 분을 뵐 듯이 한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 春雨露旣濡 君子履之 必有怵惕之心 如將見之]”는 말에서 유래한다.

[D-002]증상(烝嘗) : 사시(四時)의 제사를 말한다. 증은 겨울 제사이고, 상은 가을 제사이다.

[D-003]개연(慨然) …… 동안 : 부모의 상을 당한 사람이 소상, 대상을 당하여 마음에 근심이 있음을 말한다.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어버이가 돌아가시고 난 뒤 효자의 마음가짐을 처음 돌아가셨을 때로부터 차례로 말하면서 소상에는 개연하고 대상에는 확연하다.[練而慨然 祥而廓然]”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D-004]선어(仙馭) : 임금의 상여(喪輿)를 말한다.

[D-005]욕의(縟儀) : 궁중의 화려한 의식의 뜻으로 제사 등에 쓰이는 말이다.

[D-006]갱장(羹牆) : 국과 담장으로, 앙모(仰慕)하는 마음이 지극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옛날 요임금이 죽은 뒤 순임금이 3년 동안 앙모하여 앉아 있을 때는 담장에서, 밥 먹을 때는 국그릇에서 요임금을 보았다는 말이 있다. 後漢書 卷63 李固列傳

[D-007]척리(戚里) : 원래는 임금의 외척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말하는데, 곧바로 외척의 뜻으로 쓰인다.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

 

 

여귀(厲鬼)를 달래는 제문 정유년

 

왕은 고하노라.

오호라, 이것은 과인이 차마 하지 못할 말이다. 그러나 차마 하지 못할 말이라 하여 말하지 않는다면 선지(先志)를 추모하고 고혼(孤魂)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 대개 여귀를 달래는 제사, 즉 여제(厲祭)는 주인이 없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여제를 지낼 때에 별도로 한 제단을 쌓고 특별히 헌관을 명하여 모년(某年 1762(영조38)을 말함) 이전의 의지할 곳 없는 귀신을 제사하여, 환후(患候)가 침독(沈篤)했음을 알게 하노니, 이는 특별히 일시적인 일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사방의 귀신을 불러 술을 붓고 음식을 대접하노니, 유명의 사이에 서로 감응하여 울결한 상태를 풀기 바라노라. 그러므로 이에 달래는 제사를 지내노니 마땅히 자세히 알 것으로 생각하노라.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

 

 

사직(社稷)에서 기우제(祈雨祭)를 대신 행하게 할 때의 제문

 

보잘것없는 나의 부족한 몸이 / 眇予寡躬

엄연히 만기에 응하니 / 儼應萬機

가식(家食)이 아니면 어찌 임금이 될 것이며 / 匪食曷辟

국사(國社)가 아니면 어디에 의탁하리이까 / 匪社曷依

신의 이치가 멀지 않으니 / 神理不遠

일이 있으면 문득 기원하나이다 / 有事輒祈

즉위한 원년의 가뭄은 / 元歲之旱

옛적에 또한 드물었나이다 / 在古亦稀

온 나라에 재앙이 들었나니 / 八路告災

우리 서울 주위로부터였나이다 / 自我邦畿

지난날 정성을 드릴 적에 / 向日齎誠

삼가 용기로써 뵈었더니 / 祇見龍旂

오히려 비가 내리지 않아 / 尙閟滂沱

가랑비도 없었나이다 / 莫曰霏微

들판은 거의 푸른빛이 없고 / 野幾無靑

메뚜기가 따라서 날아다니니 / 蝗從而飛

바람은 서늘하게 불어 대고 / 凄凄者風

햇살만 환하게 솟았나이다 / 杲杲者暉

몸소 나아가 거듭 비를 빌었으니 / 躬詣再褻

예가 태만한 데로 돌아갈까 두려웠습니다 / 禮恐慢歸

아름다운 국사의 신이시여 / 皇矣維神

실로 동토를 주관하시나이다 / 實主東土

향기로운 제사가 어긋나지 않으니 / 肸蠁不忒

덕을 베풀기를 이에 널리 하시어 / 德施斯普

백성의 농사를 풍요하게 하고 / 阜民稼穡

백성의 질고를 슬피 여기소서 / 哀民疾苦

비를 내리고 해를 비침을 / 曰雨曰暘

알맞게 하여 노하지 않으시더니 / 伊格不怒

어찌 지금은 아득히 알지 못한 채 / 胡今邈然

우리를 보살피지 않으시나이까 / 繄不我祜

백성에게 무슨 죄가 있으리오 / 何辜于民

죄는 임금인 나에게 있나이다 / 罪在人主

어려운 시절을 만나 / 時丁艱難

곡식은 묵은 것이 없나니 / 穀無陳腐

지금 혹 실농(失農)을 하게 되면 / 今或失稔

장차 초토에 나가 살아야 하나이다 / 將棲草莽

술이 이미 맑고 달며 / 酒旣淸旨

춤은 문무를 다 갖추어 / 舞列文武

경건하고 정성스레 우러러 하소연하오니 / 虔誠仰籲

비를 내리소서 비를 내리소서 / 其雨其雨

이상은 국사(國社)에 고한 것임.

 

외람되게도 크나큰 왕업의 터전을 이어 / 叨承丕基

경건히 원년의 제사에 고하노니 / 虔告元祀

후토(后土)의 신은 응당 굽어 임하시어 / 神應俯格

나 소자를 살피시리라 / 監予小子

보잘것없는 이 한 몸으로 / 藐以一身

원근에 두루 임하여 / 臨于遐邇

일을 따라 스스로 살펴서 / 隨事自省

밤낮으로 해이하지 않았나이다 / 夙宵靡弛

위태하게 썩은 고삐를 잡고 수레를 모는 듯 / 朽索之御

근심은 많고 기쁨은 적었습니다 / 多憂少喜

정사에 어찌 잘못이 없었으리오 / 政豈無失

일에 있어 처음을 삼가지 못하여 / 事未謹始

혹 소략함으로 돌아가고 / 或歸于疎

혹 번다함으로 흘렀습니다 / 或流于侈

스스로 임금답지 못함을 아나니 / 自知不辟

지난 역사에 부끄러움이 많나이다 / 多愧前史

지금의 이 가뭄이 / 今玆之暵

어찌 까닭이 없으리오 / 豈無所以

가뭄 귀신이 혹독한 기운을 내뿜음이 / 赤魃肆酷

곧 여기에 있나니 / 迺在於此

들판에는 메뚜기가 날고 / 原野飛蝗

도랑에는 물이 없나이다 / 御溝無水

더구나 또 서울 주위는 / 况又畿都

임금이 머물러 도읍한 곳인데 / 王者攸止

벼 이삭이 누렇게 다 말랐고 / 黃盡禾穀

모시풀은 푸른빛이 없나이다 / 靑絶絲枲

아침에 어두운 구름이 잠깐 모였다가 / 朝陰乍聚

저녁에 회오리바람이 문득 일어나니 / 夕飆旋起

하늘을 봄에 모습이 똑똑하지 않으니 / 視天夢夢

나의 마음 타는 듯하나이다 / 我心如燬

우리 생민을 보우하는 / 祐我生民

후토씨여 / 維后土氏

사물을 싣는 덕을 지녔고 / 載物之德

생명을 돕는 이치가 있거늘 / 資生之理

칠월이 장차 반이 되려는데 / 流月將半

김매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나이다 / 已矣耘耔

백성들은 죄가 없나니 / 民之無辜

애통함이 실로 저에게 있나이다 / 恫實在己

구름을 뭉게뭉게 일으키고 비를 세차게 내려 / 油然沛然

가만히 보살피는 덕을 드리우기 바라나이다 / 冀垂冥祉

이상은 후토씨(后土氏)에게 고한 것임.

 

사람들의 말에 수재와 한발은 / 人謂水旱

즉위 원년에 많이 있다고 하는데 / 多在元年

실로 경계하여 두렵게 하려는 것이니 / 實警惕之

내가 감히 그렇다고 하나이다 / 予敢曰然

나 소자는 / 維予小子

덕이 전대의 왕과는 같지 못하여 / 德不類前

시절은 어려운 때를 만났고 / 時値囏虞

정사는 허물이 많았나이다 / 政多尤愆

비록 재화는 풍성했으나 / 縱得豐殖

백성의 뜻은 견고하지 못하였나이다 / 民志未堅

외롭게 위에 임하여 / 孤臨于上

오직 하늘을 명으로 삼아 / 爲命維天

자식이 부모를 섬기듯 / 如子事父

가련하게 보살피길 바랐는데 / 尙幾垂憐

지금 어찌 혹심한 가뭄을 / 今胡亢旱

온 나라에 두루 내린단 말입니까 / 遍于八埏

곡식은 시들고 / 有萎其穀

전답은 갈라졌는데 / 有坼其田

병충해가 거듭하니 / 重以蟲災

고치가 다시 잠자듯 하나이다 / 如蠶再眠

산록은 다 벗겨지고 / 山麓盡濯

샘에는 물이 없나이다 / 井甃無泉

아침에는 구름을 살피겠더니 / 朝察雲物

저녁에는 필성(畢星)을 보겠나이다 / 宵占畢躔

저 태양이 뜨겁기 그지없나니 / 烈陽明漢

마음이 타는 듯하나이다 / 心焉如燃

백성이 편안히 살 수 없는데 / 民不聊生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나이까 / 國其能全

재앙이 과인의 몸에 그친다면 / 災止寡躬

어찌 감히 우려하겠습니까 / 豈敢憂悁

우리 국직의 신이시여 / 維我國稷

지극한 조화를 오로지하여 / 玄化斯專

백성의 농사에 임하시고 / 莅民稼穡

조화의 권병을 부리소서 / 造化之權

덕은 땅에 베풀고 / 德施于地

공은 하늘에 참여함을 / 功參于乾

헤아릴 수 없나니 / 不可度思

경건히 하지 않으리오 / 匪曰其虔

한번 생령에게 비를 내리시어 / 一雨生靈

우리 조선을 편안하게 하소서 / 綏我朝鮮

이상은 국직(國稷)에 고한 것임.

 

백곡을 처음 파종하여 / 百穀播始

만대에 은택을 입히니 / 萬世被澤

백성은 덕분에 곡식을 먹어 / 民賴粒食

보답하는 제사가 소홀하지 않았나이다 / 報祀靡忽

내가 즉위한 이래로 / 臨御以來

일심으로 두려워하여 / 一心懍惕

정성과 공경을 잊지 않았으나 / 匪忘誠虔

덕이 박한 것을 어찌하겠나이까 / 其奈德薄

봄날의 갬이 열흘을 넘었고 / 春晴浹旬

여름의 햇살이 한 달을 지났는데 / 夏暘跨朔

비가 내리다가 문득 개니 / 乍雨旋霽

신이 주는 것 아님이 없나이다 / 罔非神錫

어찌 은혜를 끝까지 내리지 않아 / 胡不終惠

오히려 널리 적시길 아끼시나이까 / 尙慳普洽

산의 모습은 헐벗었고 / 童濯山容

샘의 수맥은 말랐는데 / 枯涸泉脈

구름이 끼지 않은 날이 없었으나 / 無日不陰

바람이 이에 모질게 불었나이다 / 有風斯虐

종자를 땅에 심지 못했으니 / 種不入土

가을에 장차 수확할 것이 무엇이리오 / 秋將焉穫

만백성이 물고기와 같이 입을 뻐끔거리고 / 萬姓魚喁

사방의 들판은 거북등처럼 갈라졌나이다 / 四野龜坼

슬프도다 저들이 무슨 죄이던가 / 哀彼何辜

실로 내가 임금 구실을 못한 탓이로이다 / 寔予不辟

아아, 혁혁한 후직씨여 / 於赫后稷

동토에 임하소서 / 臨于東域

처음 태에 봉함으로부터 / 自封有邰

창생이 참으로 윤택하여 / 蒼生允殖

나라에서 제사를 드리지 않음이 없었으니 / 無國不禋

공을 베푼 것이 이에 넓었나이다 / 功施斯博

더구나 지금 열기가 혹심한 무더위에 / 矧今蘊隆

후직의 신이 아니면 어디에 빌리오 / 匪神曷祝

백성이 있고 음식이 있음은 / 有民有食

후직의 신이 맡은 직분인데 / 維神之職

저렇듯 태양이 뜨거우니 / 烈彼陽曝

장차 초복이 가깝나이다 / 將近初伏

규벽의 폐백을 바치기를 / 圭璧之薦

이미 하악에 두루 하고 / 已遍河嶽

감히 또 정성을 바쳐 고하노니 / 敢又齎誠

한 자 높이까지 가득 비를 내려 주길 바라나이다 / 冀賜盈尺

이상은 후직씨(后稷氏)에게 고한 것임.

 

[D-001]만기(萬機) : 임금이 보살피는 정무로, 그 기무(機務)가 많기 때문에 일컫는 말이다. 고요(皐陶)가 우임금에게 고하기를, “안일과 욕심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마시어 경계하고 두려워하소서. 하루 이틀에 기무가 만 가지나 되나이다.[無敎逸欲有邦 兢兢業業 一日二日萬幾]”라고 하였다. 書經 皐陶謨

[D-002]용기(龍旂) : 용기(龍旗)이다. 두 마리 용이 날아오르는 형용을 그린 기로, 임금의 행차에 쓰이는 의장(儀仗)의 한 가지를 말한다.

[D-003]필성(畢星) : 필수(畢宿)이다. 28(宿)의 별자리 가운데 하나로서 8개의 별로 이루어졌으며 비를 관장하는 별로, 우사(雨師)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한국고전번역원  김홍영 ()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