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화촉을 밝히다
불빛을 내는 ‘초’는 고유어다. 그래서 뒤에 한자어 ‘농(膿)’ ‘대(臺)’가 와도 사이시옷이 붙는다. ‘촛농’ ‘촛대’가 된다. ‘촛농’은 [촌농]으로 ‘ㄴ’ 소리가 덧나고, ‘촛대’는 [초때]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그렇지만 어원은 한자어 ‘촉(燭)’에 닿는다. ‘촉’에서 ‘ㄱ’이 탈락하며 ‘초’가 됐다.
그렇다고 우리말에서 ‘촉’이 사라진 건 아니다. ‘촛농’과 같은 말 ‘촉농’도 한 모퉁이에 여전히 있다. ‘촛대’ 대신 ‘촉대’라고 안내하는 박물관도 있다. 결혼식 때 반드시 듣게 되는 말 ‘화촉(華燭)’에도 ‘촉’이 보인다.
‘화촉’의 사전적 의미는 “빛깔을 들인 밀초”다. 평범한 초가 아니라 화려한 초를 가리켰다. 꿀벌이 벌집을 만드는 물질인 밀랍이 재료다. 이 밀랍으로 만든 초인 ‘밀촉’에 여러 무늬와 색깔을 내어 만든다. 값진 것이어서 궁중과 상류층에서나 사용했다. 민간에선 특별하게 결혼식에서나 쓸 수 있었다. 화촉은 곧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결혼식은 화촉이 밝혀지면서 본격 시작됐다. ‘화촉을 밝히다’는 ‘결혼식을 올리다’라는 말이 됐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이 소리가 나무 이름이 됐다. 나무껍질에 잔뜩 기름을 머금고 있는데,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도 ‘화촉(樺燭)’이다. ‘자작나무 화(樺)’ 자가 쓰였다. 일찍이 이 ‘화촉’으로 불을 밝히며 혼례를 치른 일도 있었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마음속으론 더 화려하게 화촉을 밝히지 않았을까. 애초 ‘화촉을 밝히다’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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