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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요리하는 남자

한문역사 2026. 3. 6. 06:45

세상읽기)요리하는 남자

  • 기자명 최미화 기자 
  •  입력 2026.02.28 03:36
 

 

하청호(대구문학관장)

이른 봄이지만 따뜻한 날이었다.

무료 급식소 앞을 지나는 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든 남자였다.

대체로 여자들은 노년이라도 이것, 저것 식재료를 조합하여 음식을 만들지만,

남자들은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한 중년 남자가 심각한 얼굴로 긴 줄을

지나치면서 동행한 사람에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저 줄 속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앞날이 걱정스럽네. 이참에 우리 요리를 배우면 어떨까.’

근래에 요리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남자들은 부엌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말도 사문화(死文化) 되었다.

생활의 변화는 남자들이 요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더구나 1인 가족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했다.

매식(買食)이나 눈칫밥을 먹느니 차라리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해서

먹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남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요리하는 남자는 무적이다』라는 책(후쿠모토 요코)이

관심을 끌고 있다. ‘맨스키친’이라는 요리 교실 운영자인 저자가 쓴 수필(에세이)집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들만의 요리 교실이다.

저자는 남자들도 요리하면 우선 행복해지고, 사고의 변화와 활력이 증진된다고 했다.

그는 남자들에게 어서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가라고 재촉한다.

나는 요리방송에서 손쉽게 구하는 재료로 맛깔나게 음식을 만들어내는 남자 셰프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손놀림은 율동적이었으며 아름다웠다. 요리 중에 식재료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매우 공감이 갔다.

‘요리하는 재료는 모두 생명체입니다. 여기 각종 채소와 고기도 하나의 생명체였습니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요리는 맛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음식을 먹는 사람 역시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 「이퀼라이저.3」은 이탈리아의 조그만 항구를 배경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액션 영화다. 109분의 긴 상영시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단 한 장면이다. 주

인공인 ‘덴젤 워싱턴’이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다.

그는 커피가 나오기 전에 하얀 티슈를 뽑아 간이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마치 하얀 탁자 보를 펼쳐놓은 듯하다. 이어 커피가 나오자 조심스럽게 티슈 위에 놓는다.

내가 이 장면에 꽂힌 것은 음식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습관이라 말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의식처럼 경건했다. 무자비한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화면 속에 잠시나마

음식(커피)의 품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남자)들의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요리가 필요하다.

가족들의 모임이 있는 날,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여자들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해서 맛깔스럽게 내어놓을 때의 자존감,

그것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다.

‘임어당’은 그의 저서 『생활의 발견』에서

‘세상에서 정말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은 음식이다.’라고 했다.

이제 남자들도 지난날의 인습에서 벗어나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도전해 볼만 하지 않는가.

그것이 훗날 남자들에게 평안과 인간다운 자존감을 주는 일이다.

하청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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