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엄습할 때면 그 고독의 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반사(茶飯事)일 것이다 .
오늘도 고요를 깨고 창문을 열어보니 흰 옷을 입은
비슬산 정상이 나를 부른다.
등산복을 챙기고 곧바로 비슬산 전기차에 몸을 실었다.
옆 좌석 두 세 살배기 꼬마 녀석이 한마디 소곤거린다.
:할아버지 머리카락에 흰 눈이 내렸어요:
:그래, 이 눈은 세월의 연륜을 보여주는 눈꽃이란다:
오순택 시인의 :아름다운 것:이라는 시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 라고 했다
살포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아기의 손목이라도
보듬고 싶은 마음을 접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전기차는 벌써 비슬산 대견사에 도착해 있었다.
흰 눈이 쌓인 뽀송뽀송한 산길은 발길을 더운 가볍게 해 주었다.
한 웅큼 눈을 손에 쥐고 몇 초가 지났을때 물이 되어 손목을 타고
흐르며 흔적이 없어진다. 우리네 인생도 반추해 보면 눈처럼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고뇌의 아픔으로 울림을 던져주고
뼈아픈 생의 마디마디마다 아름다운 본인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
돌아보면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산도 노력하는 자(者)에게만
행운을 주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산하(山河)의 비경(秘境)을 홀로 보고 있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석양 노을이 지려고 시간을 재촉하는데 나는 고즈넉한
자연에 도취되어 하산(下山)을 모른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살아 냈으니
여한(餘恨)이 없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 같다.
달성군 소식지 달성이야기 2024. 4월호에서 抄하다.본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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