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보리고개(麥嶺) 그 시절은

한문역사 2025. 1. 28. 16:37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 보릿고개

아이들은 새벽부터 밥 달라고 졸라대고

4월의 긴긴해에 처마 끝에 새(鳥) 새끼 뚝뚝 떨어지고

아궁이 장작불엔 콩죽 넘쳐 흐른다.

 

눈에 아지랑이 끼어 헛것 보이고 

남원 참빗쟁이 빗 사라고 조를 때

시주승(施主僧) 목탁(木鐸) 소리 천지를 진동한다. 

 

소는 보리밭에 뛰어들고

젖먹이 어린아이 배고파 울어대니

아가야, 울지마라. 젖이 안 나와 미안하구나.

 

짧은 적삼(赤衫) 찢어진 무명치마(木綿裙)

속살 보일세라 연신 치마 휘두르는 아낙이 있어

해는 반발 남았는데  일 나간 서방님은 감감무소식 

허리 졸라매고, 졸라매어도 더 조일 허리가  없다.

 

조상님을 탓하랴, 나랏님을 원망하랴 

한나절 뻐꾸기 소리에  봄은 깊어만 가고

4월의 긴긴해가 그리도 원망스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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