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인용문 2집

爲善被禍 吾所甘心(忠毅公 .嚴興道遺言)

한문역사 2025. 4. 23. 16:50

-착한 일을 하고 화를 입더라도 내 달게 받으리라-

‘위선피화爲善被禍, 오소감심吾所甘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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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뉴스라인제주

몇 해 전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의 청령포를 찾았다. 작은 나룻배를 타고 섬 아닌

섬으로 건너갔다. 삼면이 물이요 한 면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적막만 곳이었다.

권력은 무서운 것이다. 당시 세조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카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하고 유배를 보낸다. 단종이 시국을 걱정하며 시름에 잠기었던 곳이 노산대가

되었고, 한양에 있는 임금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었던 곳이 망향탑이 되었다.

그의 한탄과 시름을 보고 들은 소나무는 허리가 굽어 늙은 관음송이 되었다.

1457년 10월 24일 조정은 단종에게 사약을 내린다.

“누구든지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三族)을 멸한다.”라는 어명까지 뒤따른다.

아무도 거두지 않은 시신은 강물에 버려졌다.

삼족을 멸한다는데 누가 어명을 어기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의인은 있는 법이다. 당시 영월 호장이었던 엄홍도는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염을 하고 지게에 지고 가서 양지바른 그곳에 암장한다.

가족들이 엄홍도의 발목을 잡고 말릴 때 그가 한 말이

‘위선피화 爲善被禍, 오소감심 吾所甘心’ 이다.

‘선한 일을 하다가 화를 당하더라도 내가 달게 받겠노라’라는 뜻이다.

서슬 퍼런 조정의 칼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을 잃을 각오로 사람의

도리를 다한 엄흥도의 충절에 고개가 숙어졌다.

부당한 일을 봐도 눈치만 보다 그 자리를 피하거나 헛소리하는 사람도 있고,

미움받을지언정 할 말은 하는 사람이 있다. 우한 폐렴을 처음 알렸던 리원량도

꼭 해야 할 말을 했다가 화를 당한 사람이다. 중국의 공안 당국은 그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그의 입을 통해 온 세상에 코로나 19의 정체가 드러났다.

코로나의 무서운 전파력을 알리고, 코로나를 연구하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을

떠난 리원량이 남긴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일부분을 인용한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도록

나는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가슴을 울리고 눈가를 적시는 구절이다. 정권에 의해 언론이 차단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국민으로서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한 개인의 참뜻이 권력에

의해 꺾이게 되는 안타까운 사회를 본다.

그는 묘비명에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라고 새기고 싶어 했다.

그렇게 새겨져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지길 바랐다.

요즘 선거에 대한 말들이 많다. 어떤 사람을 지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제주도는 좁은 지역이라 한 다리 건너면 이래저래 얽히고설켜 있다. 학연, 지연,

혈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학교, 고향, 사돈의 팔촌까지 거느린다.

왕권의 서슬 퍼런 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엄홍도처럼 용기 있게 의를 실행하는 사람,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할 말을 하는 리원량 같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560여 년 전 엄홍도가 살아 있다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자기 당보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비록 화를 당할지라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정의를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리원량이 살아 돌아온다면 비록 정권에 의해

입막음을 당할지라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했을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이건 아니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정 때문에 그냥 입을 다물었던 순간이 부끄러워진다

. 아직도 정의正義보다 정情을 더 앞세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세상에는

‘위선피화 爲善被禍, 오소감심吾所甘心’ 그 마음으로 인간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가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선을 위해서 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리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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