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이라는 추석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귀성 대란’, ‘기차표 예매 전쟁’, ‘고속도로 체증’, ‘선물 고민’, ‘명절증후군’ 등 즐거워야 할 명절과는 거리가 먼 단어들이 사람들의 입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많은 사람은 이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 속에서 힘겨워한다. 그러나 이런 힘겨운 전쟁에 참전하지 못하여 더욱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위의 시는 이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바쁜 도시의 생활 속에 고향을 찾을 짬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 어려워진 형편에 차마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명절의 전쟁보다 더 치열한 취직과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느라 고향을 찾을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 넘을 수 없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인 사람들…… 가을빛을 가득 머금고 고향 하늘로 흘러가는 구름이 부러울 뿐이다. 차가 좀 막히면 어떠랴. 더디 가는 것이지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운 고향으로 가는 길에 다소 비싼 댓가를 치룬들 그리 아까워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진 자의 사치스런 푸념에 불과할 것이다.
객지에서 맞이하는 추석에 대해 읊은 또 한 편의 시가 있다.
서쪽 변방의 둥글고 둥근 달 西塞團團月 오늘 밤 내 옷을 비추는구나 今宵照我衣 맑은 빛 누구를 주려하는가 淸輝欲誰贈 먼 곳 나그네가 의지한다네 遠客許相依 서리 내리는데 선영은 멀고 霜露先塋遠 자식 노릇 봉양도 못한다네 晨昏子職違 처자식 그래도 옆에 있으니 妻孥還在側 서로 마주하여 눈물 뿌리네 相對涕交揮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의 시이다. 둥근 달을 보면 고향 생각이 간절하지만, 한편으론 그 밝은 달빛이 나그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 오면 선산을 돌아보며 관리해야 하고,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을 살피며 봉양해야 하는데, 이런 자식으로서의 기본적인 직분을 못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시인은 옆에 아내와 자식이 함께 있어 이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나 보다.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롭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 외로움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상대적 외로움일 것이다. 평소에는 고향에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명절이 되어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을 때면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명절에 즈음하여 또 한편 생각해야 할 것은, 찾아가지 못하는 외로움보다 찾아오는 이 없는 외로움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옆집, 뒷집에는 자식들이 모여 시끄러운데, 홀로였던 집에 오늘도 여전히 혼자라면 그 적막함과 외로움을 어디에 비하겠는가. 밝은 달빛이 오히려 처연함을 더할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