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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곳 없는 편지 (2018.2월호 서산문화원 412호에서)

한문역사 2018. 3. 1. 21:28

보낼 곳 없는 편지 ( 글:  이 건  화 )

 

모두 다 내려놓은 평화로움 속에

꽃 장식한 수의壽衣 한 벌 뿐

어머님은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

이승과 저승에서 서로 그리워하며

외롭게 홀로 사시다가

올해  아흔세  살

마흔한 해 전  헤어진 아버지 따라 가셨다.

 

추분 날

아침 드리고 뒷동산에서 알밤 줍고

며느리 부축받으며

아들 품에 잠드시고

엿새만에 다시 못 올 저 세상,

영안실에서 다시 만난

아버지 어머니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꽃

코스모스 환송 받으며

영원한 저 세상으로 떠나셧다.

 

일곱 자식 낳아 열매 맺어 주시고

달빛 밟으며 물 길어시고

맷돌과 절구질,

논밭으로 뛰어다니시던 어머니

무명 삼베 모시 짜

등잔불 아래 바느질 하시던

그 어렵고 무거웠던 짐

모두 내려 놓으시고

증손자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한 줌 흙이 되셨다

 

소낙비 내리고 천둥치며

북풍한설에도 꿋꿋하시던 어머니

맑은 하늘 까마귀 울고 간 자리

정들었던 결실의 계절

살아온 흔적

세상만사 모두 일장춘몽 一場春夢이다

 

그립고 그립다...  

 

                           구 본 훈 옮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