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곳 없는 편지 ( 글: 이 건 화 )
모두 다 내려놓은 평화로움 속에
꽃 장식한 수의壽衣 한 벌 뿐
어머님은 그렇게 눈을 감으셨다
이승과 저승에서 서로 그리워하며
외롭게 홀로 사시다가
올해 아흔세 살
마흔한 해 전 헤어진 아버지 따라 가셨다.
추분 날
아침 드리고 뒷동산에서 알밤 줍고
며느리 부축받으며
아들 품에 잠드시고
엿새만에 다시 못 올 저 세상,
영안실에서 다시 만난
아버지 어머니
바람에 흔들거리는 억새꽃
코스모스 환송 받으며
영원한 저 세상으로 떠나셧다.
일곱 자식 낳아 열매 맺어 주시고
달빛 밟으며 물 길어시고
맷돌과 절구질,
논밭으로 뛰어다니시던 어머니
무명 삼베 모시 짜
등잔불 아래 바느질 하시던
그 어렵고 무거웠던 짐
모두 내려 놓으시고
증손자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한 줌 흙이 되셨다
소낙비 내리고 천둥치며
북풍한설에도 꿋꿋하시던 어머니
맑은 하늘 까마귀 울고 간 자리
정들었던 결실의 계절
살아온 흔적
세상만사 모두 일장춘몽 一場春夢이다
그립고 그립다...
구 본 훈 옮기다
'인용한 글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무궁 하옵소서(강동문화원 좋은동네 에서) (0) | 2018.05.12 |
---|---|
어머니의 미소 (달서구청 소식지에서) (0) | 2018.05.12 |
법륜스님의 책 인생수업 에서 (2017.10.19) (0) | 2017.10.19 |
忠愍公 林慶業 장군의 秋蓮刀, 龍泉劍에 새겨진 銘文(월간조선 2016.6월호) (0) | 2017.10.08 |
嗚呼, 寡人思悼世子之子也. (서기 1776.음3.10. 정조즉위년) (0) | 2017.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