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호연재

한문역사 2024. 7. 27. 10:50

부부가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고 부부시집으로 엮어 낸 사례는 金盛達(1642-1696)ㆍ李玉齋(1643-1690) 부부의 安東世稿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옥재의 경우는 개인문집으로 엮어질 만큼의 작품 분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 문집이 아닌 부부의 시집으로 묶이었다. 이는 이옥재와 김성달의 시가 부부생활 속에서 수창되었고, 작품의 양이 부부의 시집으로 묶일 만큼 방대하기 때문이다. 김성달ㆍ이옥재 부부의 시집 안동세고 수록 한시작품은 대부분 오두리에서의 삶이 표현된 것이다. 오두리는 충남 홍성 갈산에 있는 어촌마을이다. 시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금오산ㆍ북정ㆍ해수ㆍ해풍ㆍ어주ㆍ어옹ㆍ죽원ㆍ죽서ㆍ해상촌ㆍ동원ㆍ촌벽ㆍ강촌ㆍ강루ㆍ오주ㆍ오두’ 등이 오두리의 어촌 풍경을 가늠하게 하는 시어들이다. 특히 伴鷗軒(伴鷗樓ㆍ伴鷗堂)은 김성달 자녀들의 시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학창작의 공간이다. 김성달ㆍ이옥재 부부의 부부생활은 안동세고를 통하여 재구할 수 있다. 안동세고에서 표현된 내용을 살펴보면, 부부는 서로 웃고 농담을 즐기며 사랑 표현에도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취미를 공유하여 술ㆍ바둑ㆍ산책 등을 즐기며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감흥을 한시로 주고받았다. 김성달은 벼슬살이로 인하여 가족과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 부인에게 시를 보내 자신의 상황과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였다. 이옥재 역시 그리움의 감성을 간절하게 표현하였다. 김성달ㆍ이옥재 부부가 취미를 공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옥재가 문학으로 소통하기가 가능한 지적 수준과 능력을 겸비한 엘리트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세고에는 김성달의 시 177수, 이옥재의 시 71수가 수록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크게 김성달이 아내 이옥재에게 쓴 ‘寄內類’, 이옥재가 남편 김성달에게 쓴 ‘元韻類’, 동일 주제를 놓고 부부가 함께 읊은 ‘共吟類’, 김성달이 아내 사후 아내를 그리워하며 읊은 ‘感懷類’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안동세고에 투영된 김성달 부부의 생활시는 조선시대가 갖는 사회ㆍ문화적 완고함 속에서 건져낸 귀중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김성달 부부의 사랑과 그 사랑의 문학적 결정체 『안동세고』. 부부의 이 시집은 우리나라 문학사상 미증유의 위상을 차지한다고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