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자랑스럽구나, 내 딸 (김현석씨가 딸 연아에게)
피겨 불모지에서 모든 걸 이뤄낸 너… ======================================
김현석씨가 딸 연아에게
연아야, 사랑하는 내 딸. 오늘 새벽 집에서 TV로 너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빠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너의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아디오스 노니노'가 원래 아버지를 향한 추모곡이라고, 네가 아빠인 나를 생각하면서 마지막 연기를 할 텐데 기분이 어떠냐고 사람들은 내게 물었지. 몸짓 하나하나만이 내 눈에 들어왔지. 지난 17년간 늘 그랬던 것처럼 너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부모로서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열흘 전 네가 소치로 떠나던 날 아빠는 너에게 '금메달 따 오라'고 하지 않았어. 가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을 뿐. 마지막 경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라 고, 그동안 너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이 실망하지 않게만 하라고,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니 최선을 다하면 마땅한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다 잘 알기 때문에. 며칠 전에는 아빠가 게임에서 이겨서 친구들이 가진 동전을 모두 차지하 는 꿈을 꾸기도 했어. 잠에서 깬 뒤 혹시 그 동전이 금메달이 아닐까 혼자 기대도 해보았고. 나니, 이 점수를 뒤집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4년 전 밴쿠버올림픽 이후 채점 시 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에 엄청난 가산점을 받지 않는 한 지금 시스템에서 그 점수를 받기는 매우 어렵겠다고 직감으로 느꼈어. 우리 연아가 마지막 순서인데 얼마나 떨고 있을까. 우리 연아가 실수하면 어떡하나. 너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아빠는 입술이 바짝 마르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나. 기억나니? 그 숱한 눈물과 고통의 시간….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결과가 어찌 됐든 네 가 하고 싶은 연기를 최선을 다해 펼치고 홀가분하게 무대를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 다. 네가 지금껏 늘 그래 왔듯이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변명하거나 불평하지 않기를, 따지거나 비난하지 않기를 우리 딸에게 바랐어. 마지막 무대에서 너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어. 마음에 차지 않았을 점수를 받아들고도 너는 눈물을 꾹 참고 환하게 웃었지. 너의 미소를 보는 순간 아빠는 여섯 살 때 네가 피겨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행복을 느꼈어. 우리 딸이 악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했구나. 결과에 매 달리지 않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구나. 현실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전진하기 로 했구나. 네가 웃어주어서 아빠는 정말 고마웠다. 연아야, 이제 와서 뒤돌아보면 지난 17년 7개월 무수히 많았던 희로애락의 순간이 하나하 나 떠오른다. 즐거움은 한순간이었고, 그 뒤엔 고통의 연속이었지. 처음 네가 피겨스케이팅 을 시작했을 때 우리 가족은 네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밟아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에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아빠로서 미안하다고 너에게 말한 적도 있었지. 피겨 전용 빙상 장 하나 없는 곳에서 네가 훈련하며 여기저기 부상을 입고,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너를 대회 에 내보내야 했을 때 아빠 마음은 무척이나 괴로웠어. 다고, 부상도 노력의 흔적이라고 받아들였어. 일단 목표를 정하면 다른 것에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나갔지. 그런 네가 아빠는 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 배들 길도 열어주지 않았니. 이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자. 아빠는 우리 연아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행복을 느끼면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살 았으면 좋겠다.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잔하면서 같이 실컷 수다도 떨어보자. 너의 새로운 꿈도 이제는 마음 껏 펼쳐보렴. 아빠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시지 보냈을 때 네가 이렇게 답장을 보내주었지. '고마워, 괜찮아.' 아니야, 연아야. 모든 어 려움을 담대하게 이겨내 주어서 아빠가 고마워. 연아야, 수고했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 리 연아가 정말로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네가 웃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
김연아가 21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플라위 세리머니'에서 꽃다벌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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