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보면
어머니 휜 허리가 떠오른다.
살아온 세월
척박한 비탈밭 고랑마다 돋아난
잡초들 뿌리째 뽑아야 튼실한 역사 싹튼다고 했던가?
호미 등허리 만질때면
지도에도 나오지 않던 마을들의 근대사가 보인다.
마을과 마을 하나로 이어주던 길,구부러진 역사의 이랑마다
잡초처럼 뒤덮인 外侵외침을
야위고 섬세한 손길로 뽑아낸
어머니 무뎌진 호밋날 너머
고개 숙인 알곡들이 아리랑 가락 담아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강원도에서 서울 충청으로
출렁대는 꿈 영글어가는 들녁을 본다.
노고지리 서툰 날갯짓이
보리밭 스멀대는 아지랑이 속 떼 고함으로 봄을 피우는 꿈도 ,
산비탈 콩밭 고랑마다
산 꿩이 제 이름 부르며 구수한 전설들 孵化부화하는 노래도
맨드라미 정갈한 희망이
아직 바람의 발길 닿지 않은 가을 길섶에서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까닭도
이 땅의 아픔 다독여온 어머니의 호밋날로
흙속 갇힌 슬픈 四季사계를 일구어
산과 마을 ,강과 들녁사이 아름다운 길 트이게 하는 날
산기슭 마다 새겨놓은 새 역사의 떡잎들 지천으로 피어난다.
들녁마다 잘 여문 이 땅의 가을 經典경전 읽고 있으면
끝이 뭉개진 호밋날 너머
등허리 휜 어머니ㅣ 육자배기 구성진 들녁의 꿈으로 영글어간다
(글:김 연희, 일반부 詩 부문 大賞 수상작 )
2024.10.20. 17:15 본훈 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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