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에 하립에게 시집가고 - 김삼의당(金三宜堂)
첫날밤 하립이 시 한 자락 읊는다.
相逢俱是廣寒仙(상봉구시광한선) : 만나고 보니 우리는 광한전 신선이었던 몸
今夜分明續舊緣(금야분명속구연) : 오늘밤은 분명 그 옛 인연을 이음이로다
配合元來天所定(배합원래천소정) : 배필이란 원래 하늘이 정한 바이거늘
世間媒妁總紛然(세간매작총분연) : 세간의 중매장이야 공연히 수고로웠네
이에 삼의당이 낭군의 운을 빌어(借韻 둘째 구 끝자 緣과 네째 구 끝자 然) 화답한다.
十八仙郞十八仙(십팔선랑십팔선) : 열여덟 신선 낭군 열여덟 신선 낭자
洞房華燭好因緣(동방화촉호인연) : 신혼의 화촉 밝히니 좋은 인연이네
生同年同月居同(생동년동월거동) :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동네 살았으니
此夜相逢豈偶然(차야상봉기우연) : 이 밤의 만남이 어찌 우연이리오
이들의 금슬은 매우 각별했다는데 서로 주고 받은 시 한 자락 더 소개한다.
먼저 남편 하립이,
三更明月仲春花(삼경명월중춘화) : 삼경 깊은 밤 밝은 달 꽃 같구나
花正華時月色加(화정화시월색가) : 꽃이 참으로 빛날 때 달빛까지 보태네
隨月看花人又至(수월간화인우지) : 달 따라 꽃 구경하는데 님도 오니
無雙光景在吾家(무쌍광경재고가) : 둘도 없는 광경이 내 집 안에 있네
이에 아내 삼의당이 낭군의 운을 빌어(둘째 구 끝자 加와 넷째구의 家) 응수한다.
滿天明月滿園花(만천명월만원화) : 하늘엔 달 가득 정원에 꽃 가득
花影相添月影加(화영상첨월영가) : 꽃 그림자 겹친 데 달그림자 더하네
如月如花人對坐(여월여화인대좌) : 달 같고 꽃 같은 님과 마주 앉으니
世間榮辱屬誰家(세간영욕속수가) : 세상 영욕이 뉘 집에 있으리요
삼의당(三宜堂)이란 당호(堂號)는 하립이 그 부인이 거처하는 방의 벽에 글씨와 그림을 붙이고 뜰에는 꽃을 심어 3가지가 마땅한 집이라는 뜻으로 지어 주었다고 한다(조선 시대에는 양반이라도 여성들에게 이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詩畵에 뛰어난 재주를 지녔던 율곡의 어머니 조차도 이름이 없이 사임당(師任堂)이란 당호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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