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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따오기·여우·소똥구리…. 산업화에 농약에
이땅에서 멸종된 야생 친구들이 속속 복원되고 있습니다.
선비를 쏙 빼닮은 황새, 한민족 애환이 서린 따오기.
숲 생태계 중간 조절자 여우, 최고의 자연 분해자 소똥구리.
함께 살던 그때가 안전한 터전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영덕 강구항 뒷산 폐가터에서 캐낸 1981년 산 '삐삐'.
40년이 지나도 주근깨 투성이 말괄양이 그대로 였습니다.
물을 사먹을 거라고, 내가 버린 생수 페트병이 북태평양을
떠돌다 거대한 쓰레기 섬이 될거라고 상상이나 했었나요.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골라 돈쭐내는 시민도 부쩍 늘었습니다.
살이 발린 갈치처럼 하얗게 고사한 지리산 구상나무.
백사장이 싹둑 잘려 나간 울진 후포리 해안은 끔직했습니다.
봄바람이 더 세져 산림을 삼키는 화마는 더 사나워졌습니다.
한라봉은 영주까지, 차나무는 봉화 춘양목 옆자리를 꿰찼습니다.
온난화가 부른 기후위기. 더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신음하는 지구에 미세먼지 내뿜는 석탄은 이제 그만.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짐을 덜자고 풍력·태양광을 소환했습니다.
산을 깍고 논밭도 밀어 탈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야 할 길.
놀고 있는 수면에 세운 합천댐 수상 태양광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산업 폐기물 제로, 목조·황토 벽돌은 인류 최고 건축재였습니다.
거창의 한 농장 돼지 가족은 똥·오줌도 가리며 깔끔을 떨고
계란을 생산하는 영덕의 젊은 부부는 암탉을 산모로 모십니다.
밀식사육은 안 된다며 두 농장 모두 케이지를 싹 걷었습니다.
맘껏 놀며 자라니 여태 구제역·조류독감(AI) 한번 없었습니다.
행복한 동물이 우릴 더 건강하게 한다는 걸 여기서 깨우쳤습니다.
1959년 추석날 사라호 태풍에 다 떠내려가 집단 이주한 철원
민통선 황무지에서 파프리카 부자마을로 일어 선 울진 사람들.
숨비질로 자식을 키운 구룡포 해녀. 한글 브랜드 '영주 호미'로
세계를 놀라게 한 석노기 장인. '난치병 시계' 전문의 박준덕 명장….
시련에 굴하지 않는 한민족 DNA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별을 헤던 경주 첨성대는 백성이 주인임을 일깨우고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은 부끄러운 권력다툼을 말라 하고
빨치산에 치를 떤 경산 박사마을, 아직도 비스듬히 드러우눈
거창 위령비는 제발 이웃끼리 편가르지 말라 소리칩니다.
역사의 거울앞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 날은 언제일까요.
인류는 지금 저 달을 기지 삼아 화성 여행을 꿈꾸는데
달성공원 침팬지 알렉스는 아직도 창살을 붙들고 있습니다.
어서 대구대공원을 지어 달성토성으로 되돌릴 일입니다.
소중한 가치를 찾아 헤맨 2년. 강산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영양 밤하늘이 쏟아낸 별은 지금도 반딧불이로 반짝입니다.
◆ 김태형의 시시각각은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