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한 글 ,문장

2018 매일 시니어 문학상 당선작 김정곤님의 시

한문역사 2019. 4. 14. 08:20

이 세상 모든 신께 .

 

넝쿨 장미와 아카시아향이 온 누리에 은은하고

찬란한 아침해가 환희의 봄을 노래하는 이 시각

이 세상 모든 신께  기도드립니다.

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

 

쌍둥이로 태어나 짝을 잃은 슬픔을 겪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척추를 다쳐 2급 지체장애자가 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져 여섯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

의사의 권익을 찾는 의권투쟁을 하다 수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고 얼마후 장중첩증으로 소장절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버릴 뻔도 했습니다.

 

키158cm에 체중이 45kg밖에 되지않는 자그만한 체구로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칠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 

이 늙은이에게 찾아오는 환우들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찡그리고 왔다가  밝은 얼굴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지혜와 

건강을 주신 신께 감사  드립니다.

 

가정에 평화를 주시고 두 아들이 활기차게 사회인으로써

제 몫을 다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

아내와 40년을 웃으며 바라본 것에 감사드립니다.

내년 3월  칠순잔치 대신 미흡하나마 자그마한 시집 한권으로

지인들께 그 동안의 은혜 갚게 하옵소서.

지금 이 순간 제 일생 가장 행복합니다.

 

신이시여!

이제는 더 이상 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

지는 해가 떠오르는 해보다 더 아름답다 했습니다.

하루를 아니 한 평생을 열정적으로 살다

지는 해처럼 아름답게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설령 내일 이승을 떠난다하더라도 밝은 미소와 맑은 눈빛으로

작별하게 하소서!

이 세상 모든 신이시여,

제발 더 이상 질투만을 하지 말아주시옵소서!

 

(2019.4.14  아침,  매일신문에서 옮겨쓰다 구본훈.)